춘·하계 항공안전 ‘적신호’…조류충돌과 선제적 대응의 미학

입력 2026. 05. 22   17:27
업데이트 2026. 05. 25   14:11
0 댓글

항공작전의 성패는 정교한 조종술과 완벽한 정비에 달려 있지만, 그 이면에는 ‘조류충돌(Bird Strike)’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존재한다. 생태계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춘·하계(4~8월)는 조류의 번식과 이동이 잦아지며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적색 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우리 작전지역인 경기도 북부와 같이 산림, 하천, 평야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지형에선 조류의 종이 다양하고 행동양식 또한 예측하기 어려워 더욱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

선제적 사고 예방을 위해선 먼저 적(조류)을 알아야 한다. 우리 작전지역에서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는 까치와 까마귀는 매우 영리한 조류다. 이들은 단순한 폭음기나 허수아비 같은 전통적인 퇴치방식에 금방 적응해 버린다. 특히 까치는 전신주나 항공등화시설에 둥지를 틀어 전기 단락사고를 유발하며, 까마귀는 대규모 군집비행 특성이 있어 항공기와 다중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특수파장(레이저 안전등급 기준 고려 ‘Class 3B:5~499㎽’ 이하 등급 권고)을 활용한 시각적 압박은 지능형 조류 대응에 효과적인 퇴치방안이다.

레이저의 강한 직진성과 파장은 조류의 눈에 마치 기다란 막대기가 자신을 찌르러 오는 듯한 위협으로 비치기에 물리적 접촉 없이도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조류를 쫓아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강원도의 모 육군항공기지에서 레이저를 활용해 인근 저수지의 가마우지 새 떼들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사례가 있다.

모든 비행장에 고가의 조류탐지 레이다나 인공지능(AI) 식별시스템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정밀한 장병들의 ‘눈’과 ‘기동력’이 있다. 육군항공의 특성에 부합하는 선제적 예방은 거창한 설비가 아닌 현장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선 육안 감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휴대용 특수파장 레이저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설치형 장비와 달리 순찰인원이 조류 출현지점으로 즉각 이동해 대응할 수 있어 기동성이 뛰어나다. 또한 조류 활동이 빈번한 지역을 상시 기록해 부대별 ‘조류 위험도’를 수기나 간이문서로라도 작성해 공유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이는 거창한 시스템이 없어도 조종사들이 비행 시 주의해야 할 구간을 사전에 인지하게 함으로써 사고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줄 것으로 확신한다.

더불어 시설물 관리로 항공등화나 전신주 등 까치가 둥지를 틀기 좋은 거점에 저예산·고효율의 물리적 방지장치인 스파이크나 바람개비를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조류 서식을 막을 수 있다. 항공안전의 완성은 고가의 장비가 아니다. 장병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항공안전의 최후 보루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류충돌은 결코 ‘운이 나빠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 조류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환경을 정비하며,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때 충분히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완벽한 항공안전의 실천은 우리 군의 소중한 항공자산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전우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고 승리하는 군대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 오늘 깎은 활주로의 풀 한 포기, 쫓아낸 새 한 마리가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육군항공의 안전한 이착륙을 보장한다는 자부심으로, 우리 모두 항공안전의 감시자가 돼야 한다.

박홍성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1군단 11항공단
박홍성 전문군무경력관 나군 육군1군단 11항공단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