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미’ 외치던 소녀들 ‘갑자기’ 반가운 컴백

입력 2026. 05. 22   15:45
업데이트 2026. 05. 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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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를 만나다
아이오아이, 끝을 아는 그룹의 새로운 시작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미니앨범 ‘아이오아이: 루프’ 콘셉트 포토. 사진=스윙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미니앨범 ‘아이오아이: 루프’ 콘셉트 포토. 사진=스윙엔터테인먼트


‘2026년은 새로운 2016년이다’. 올해 대중문화와 SNS 트렌드를 관통하는 문구다. 문장 그대로 2016년이 좋았다는 장밋빛 회고다. 대중은 페이스북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살아 있었고 인스타그램이 스토리와 함께 일상의 문법으로 자리매김하던 시절, 유튜브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고 짧은 동영상이 틱톡의 등장을 예고하며 미디어 소비의 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던 때의 문화 양식을 낭만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광범위한 레트로의 향수가 ‘2016년으로 돌아가자’는 온라인상 구호를 거쳐 음악, 영화, 패션 등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빠르게 움직일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토해 내고 플랫폼을 갈아 치우면서도 새로운 양식을 내놓지 못해 시계가 멈춘 듯 답답한 게 오늘날 문화산업이다. 이 정체를 메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복고다. 10년 전 청춘을 만끽하던 세대가 산업의 기성 영역으로 올라섰고, 자신의 과거를 표준으로 불러와 신선한 자극을 원하는 신세대에게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는 식이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3번째 미니앨범 ‘아이오아이: 루프(I.O.I: LOOP)’는 그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프로젝트다. 어느덧 데뷔 10주년이다. 그 뜻은 아이오아이를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첫 번째 시즌도 벌써 10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101명의 연습생이 ‘나를 뽑아 달라’는 외침,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방송이 개인에게 부여하던 서사, 치열한 대결 끝에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최종 11명이 결정되고 정해진 활동기간이 차면 해체하는 시한부 그룹의 운명을 받아들이던 양식. 하나의 사회현상도 이제는 추억으로 소비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프로듀스 101’을 바라보는 감정은 복잡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웬만한 음악방송을 모조리 섭렵하며 각 걸그룹의 등장 순서를 외우던 군 시절이었음에도. 너무 낯선 프로그램 형식이었던 탓에 개별 연습생보다 거대한 피라미드 무대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픽 미 픽 미 픽 미 업’을 외치는 매스게임의 충격이 컸다. 매주 대중의 투표로 가차 없이 탈락하는 시스템도 잔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완성된 그룹을 소비하고자 하는 군인에게 적합한 방식은 아니었다.

그렇게 등장한 아이오아이도 활동이 마냥 순탄하진 않았다. 훗날 차기 시즌을 통해 등장한 후배 그룹 워너원이나 아이즈원처럼 확실한 성적을 내고 인기 최정상의 그룹으로 군림한 적이 없다. 활기찬 ‘드림걸스’의 포부는 곧장 멤버 중 일부만 참여한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와타 맨(Whatta Man)’과 박진영의 깜찍한 콘셉트가 독특했던 ‘너무너무너무’로 빠르게 마무리됐다. 말 그대로 너무나 촉박했다. 재능 있는 11명의 멤버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높은 화제성 탓에 프로젝트 그룹 활동도 수행하랴, 원래 소속된 기획사에서의 새로운 그룹으로 활동하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세정과 미나의 구구단, 결경과 나영의 프리스틴, 도연과 유정의 위키미키, 채연의 다이아, 연정의 우주소녀가 그 시대의 흔적이다. 우주소녀를 제외하고는 해체하거나 활동을 멈췄다. 솔로 경력을 개척한 청하와 전소미, 원래부터 배우 지망생이었던 김소혜 정도가 아이오아이라는 거대한 빛의 크기만큼 길었던 그림자에 덮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아이오아이는 그렇기에 애틋하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헤어질 것을 알고 만나는 그룹의 운명은 B1A4 진영이 선사한 ‘같은 곳에서’와 ‘벚꽃이 지면’으로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별의 서사로 매듭지어졌다. 아이오아이가 어떤 음악을 들려줬느냐보다 아이오아이가 만들어지고 무대를 선보이던 시간의 총량이 아련하고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화려한 출발선에 함께 섰던 멤버들의 지난 10년은 돌아보면 더없이 현실적인 청춘의 기록이었다. 한계를 마주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각자의 무게를 견딘 사람들이 다시 손을 맞잡고 만남과 헤어짐의 순환을 노래하는 모습. 그것이 ‘아이오아이: 루프’가 가리키는 좌표다. 멤버 도연의 설명을 들어보자. “만났었다가 다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잖아요. (…) 또 헤어질 거고, 하지만 그래도 또다시 만날 거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이 이 정서를 정확히 수식하고 있다. 전소미의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들이 선사한 타이틀곡 ‘갑자기’는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의 잔상을 섬세하게 짚었다. 추억과 회고라는 주제 아래 아스라이 진행되는 노스탤지어다. 전소미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앨범의 첫 곡 ‘아이오아이’도 마찬가지다. 2016년 K팝에 불어닥쳤던 딥하우스 장르를 가져와 가장 빛나던 시기의 기억을 소환하고, 각자의 매력을 갈고닦은 댄스브레이크로 그 시절 대중의 선택을 증명한다.

몽환적인 아프로비츠 스타일의 ‘SPF 100+’, ‘우린 다른 모습으로 서로의 시간을 건너 얘기해’라고 노래하는 소프트 록 ‘이프 아이(If I)’, 아이오아이의 서정성을 대표하는 ‘소나기’의 답가 ‘그때 우리 지금’ 모두 기억 속 한쪽에 이들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충실한 팬 송이다. 대부분 팬에게 영원을 노래하는 K팝 팬 송의 공식과 일치하더라도 이미 끝이 정해진 그룹의 노래라는 점이 오묘한 감정을 부른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웃으며 안녕’은 결정적이다. 2016년 아이오아이 11명의 멤버 목소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이 곡은 흘러간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과거의 기록을 다시금 들춰 보고, 이 시간을 유산으로 삼아 서로의 길을 걸어 나가는 멤버들의 오늘을 확인하게 만든다.

미나·결경을 제외한 9명의 멤버가 함께한 ‘아이오아이: 루프’는 2016년의 정체성을 소모하는 데 그치는 작품이 아니다. 오래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섬세한 시선이 있다. 뮤직비디오부터 노래까지 적극적으로 제작 과정에 의견을 내고 즐겁게 음악방송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은 아이오아이에게도, 아이오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내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 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운명을 결정하기까지 필요했던 지난 10년이었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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