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하루 고작 몇 미터…死線(사선)을 지우는 인내의 땀방울

입력 2026. 05. 21   17:26
업데이트 2026. 05. 21   17:33
0 댓글

육군1공병여단, 지뢰제거작전 
MV4 무인화 장비 작전 효율성 높이고
마그넷 활용 위험 제거…올해 첫 도입
1m 깊이 파내고 또 파내는 탐지작업
국민 생명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최선

 


지난 19일 오전 경기 파주시 거곡리 일대. 민간인통제구역을 넘어 들어가자 넓게 펼쳐진 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엔 평온한 풍경이었지만, 길게 늘어선 통제선 곳곳에는 ‘지뢰’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이곳은 과거 분단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사선(死線)이다. 

통제선 안쪽에서는 육군1공병여단의 MV4 원격조종 지뢰제거장비가 육중한 기계음을 내뿜으며 작전에 한창이었다. 작고 납작한 불도저처럼 생긴 이 장비는 울퉁불퉁한 요철 지형이나 수풀이 무성한 험지도 개의치 않고 전진했다. 한쪽에서 장병이 원격으로 장비를 조종하자 MV4는 강력한 힘으로 땅을 헤치며 뒤집어 놨다. 지뢰의 위협으로부터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면서도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무인화 장비다. 

MV4가 1차로 확인하며 일대를 헤집어 놓은 뒤에는 최소 5m는 넘어 보이는 중형 방탄 굴착기가 등장했다. 굴착기는 땅을 크게 파내며 2차 확인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올해 본격 도입된 ‘마그넷 활용 지뢰제거장비’였다. 굴착기 앞부분의 버킷을 분리하고 자석의 자기장을 이용하는 마그넷을 장착하자 지표면 아래 묻힌 금속 부품과 지뢰를 끌어당기는 정밀탐지가 이뤄졌다.

마그넷 장비는 지난해 이차전지용 전자석 탈철기 기술을 응용해 올해부터 실제 작전에 투입됐다.

기계장비들이 거친 토양을 갈아엎으며 위험요소를 수차례 걸러 낸 뒤에야 비로소 장병들이 투입됐다. 방호장비를 갖춘 장병들은 서로의 안전장구를 꼼꼼히 확인한 뒤 구역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육군1공병여단 장병이 지난 19일 경기 파주시 일대 전방지역에서 MV4 원격조종 지뢰제거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여단 장병들은 본격적인 여름철 집중호우 시작 전 유실 지뢰로 인한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육군1공병여단 장병이 지난 19일 경기 파주시 일대 전방지역에서 MV4 원격조종 지뢰제거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여단 장병들은 본격적인 여름철 집중호우 시작 전 유실 지뢰로 인한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단이 보유한 중형 굴착기가 ‘마그넷 활용 지뢰제거장비’를 장착하고 금속물질을 찾고 있다.
여단이 보유한 중형 굴착기가 ‘마그넷 활용 지뢰제거장비’를 장착하고 금속물질을 찾고 있다.

 

방호장비를 갖춘 장병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
방호장비를 갖춘 장병이 지뢰 탐지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본 탐지작업은 그야말로 ‘인내의 미학’이었다. 지뢰 탐지는 일반적으로 4인 1조로 편성되는데, 이들이 하루 종일 사투를 벌여 확보하는 면적은 고작 몇 m도 되지 않는다.

탐지 속도가 이토록 더딘 이유는 단순히 지표면을 훑는 수준을 넘어 땅속 1m 깊이까지 파낸 뒤 지뢰가 없다는 것을 완벽히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평소의 절반 면적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부대 관계자는 “1m 깊이를 한 번에 파내는 게 아니라 최소 3회에서 많으면 5회에 걸쳐 파내고 탐지하고 다시 파내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탐지기를 이용해 조금씩 세밀하게 훑어 내려가는,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정교한 작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탐지병의 시선은 탐지기에 부착된 모니터에 고정돼 있었다. 모니터에는 땅속 물질에 대한 정보가 복잡한 그래픽 형식으로 실시간 출력됐다.

금속이 탐지되자 장비는 평소와 다른 신호음을 내뱉었고, 그래프 모양 역시 급격히 변했다. 숙달된 장병들은 이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금속물질을 식별했다. 금속 반응이 나타난 곳에는 즉시 작은 세모 모양의 깃발이 꽂혔다. 이 표식들은 향후 다시 장비를 동원해 정밀발굴 및 제거 절차를 밟게 된다.

행복연결대대 TF팀장을 맡아 현장을 지휘하는 이성규(대위) 1중대장은 “뜨거운 폭염과 앞으로 닥칠 추위가 있지만 전우들의 원활한 군사작전과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박성준/사진=조용학 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