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군번, 하나의 소명

입력 2026. 05. 21   14:36
업데이트 2026. 05. 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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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누군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기대하지만, 우리 가족의 5월은 조금 다릅니다.

저와 남편은 각자 부대로 출근하고, 하나뿐인 아들은 육군25보병사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2001년 부사관으로 임관한 저와 남편, 2026년 입대한 아들까지 우리 가족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입니다.

우리 부부의 시작은 강원 양구군이었습니다. 남편은 보병으로, 저는 인사병과로 각자 자리를 지키며 여러 부대를 거쳐 왔습니다. 서로 다른 부대에서 때로는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군인으로서 사명만큼은 늘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군인의 길을 걸어온 부모를 보며 자란 아들이 조리병으로 전우들의 한 끼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전투와 행정, 근무지원이 조화를 이뤄야 전투력이 완성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의 이면에는 늘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군 생활로 바빴던 탓에 아들은 일곱 살까지 조부모님 손에서 자랐습니다. 어린이집 발표회 한 번 가 보지 못했던 기억은 마음 한편에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들은 단 한 번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늘 바쁜 부모 때문에 스스로 끼니를 챙기던 시간은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셰프의 꿈을 품은 아들은 조리특성화고를 선택해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묵묵히 견뎌 냈습니다.

아들은 지금 또 하나의 큰 결심을 품고 있습니다. 전역을 미루더라도 해외파병에 도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2009년 레바논 동명부대 4진으로, 남편은 2019년 동명부대 23진으로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부모가 보여 준 헌신의 길을 이어받아 아들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디려 합니다.

이 계절 우리 세 사람은 한자리에 모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 같은 소명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가족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오늘은 더욱 단단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각자 자리에서 당당한 ‘현역’으로 그 소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조경순 육군상사 국군복지단
조경순 육군상사 국군복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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