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지키는 바다

입력 2026. 05. 21   14:36
업데이트 2026. 05. 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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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추진기관 군사특기로 해군에 입대했다. 이후 20년간 해군 군가의 가사처럼 나의 집은 언제나 배였고,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키는 게 사명이었다.

그 시간 동안 가정을 지킨 이는 아내였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아내는 두 아들의 성장 과정을 책임지며 묵묵히 일상을 버텨 냈다. 남편은 늘 바다에 있었고 가족은 동해와 서해, 남해를 오가며 이사를 반복했다. 말없이 이어진 기다림과 걱정은 가족의 또 다른 헌신이었다.

나는 군사특기에 자부심이 컸다. 임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추진기관 군사특기의 중요함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 말들에는 군인으로서 책임감과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위로가 담겨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육상근무를 하게 됐을 때 늘 바다에 있던 내가 육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족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됐다.

그해 9월 아내는 늦깎이로 군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기관직렬 군무원으로 임용돼 동해 수리창 가스터빈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우리는 주말부부가 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우가 됐다.

떨어져 지내는 아쉬움도 크지만, 지난 20년간의 함정 생활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아내가 이젠 자신의 자리에서 군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아내의 출근길에는 과거 나의 출항을 배웅하던 가족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해군의 출발점인 해군교육사령부 기술행정학교에서 교관으로 근무 중이다. 해군교육사령부가 추구하는 리스펙 문화는 해군을 선택한 장병들의 복무 헌신에 대한 감사에서 출발하며 소통과 신뢰, 헌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실천된다. 미래 해군을 양성하는 이곳에서의 임무는 또 하나의 보직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이제 아내를 대신해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3학년 두 아들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다. 아내는 동해에서, 나는 진해에서 바다를 지킨다. 가족의 헌신과 소중함을 품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해군이 감당해야 할 운명이자 책임이다.

윤상식 원사 해군교육사령부 기술행정학교
윤상식 원사 해군교육사령부 기술행정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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