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력이 곧 국력이다

입력 2026. 05. 20   17:30
업데이트 2026. 05.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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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미국의 해양력 중심 ‘상쇄 전략’에 초점
군사·기술·동맹 등 결합 장기 전략 구축
미·중 해양 경쟁 분석…한국의 현실 진단
미래 해군 외교·산업·기술 ‘플랫폼’ 전망도

바다 위의 전쟁:미국의 패권 전략 / 유재준 지음 / 바다위의정원 펴냄
바다 위의 전쟁:미국의 패권 전략 / 유재준 지음 / 바다위의정원 펴냄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의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위기로 시작된 석유 등 갖가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문제를 지켜보면서 얻는 교훈은 한 가지. 바다는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국제질서와 국가안보, 경제를 좌우하는 전략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과 계속되는 군사도발,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한국에서도 해양 전략과 핵추진잠수함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략적 과제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신간 『바다 위의 전쟁: 미국의 패권 전략』은 왜 오늘날 국가의 운명이 바다에서 결정되는지를 짚어 내며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해양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책은 해양 통제력이 군함의 숫자가 아니라 바다를 통해 국가의 경제와 무역, 에너지 수송로, 외교질서, 안보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세계 강대국들이 해군력과 해양 전략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 역시 해양 중심 전략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책은 미국의 ‘상쇄 전략(Offset Strategy)’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미국이 군사력 규모만으로 세계를 지배한 게 아니라 기술과 동맹, 해양질서를 결합한 장기 전략체계를 구축해 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주한 미 해군사령관 부관으로 근무했던 경험과 해군 정책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전략적 사고를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미국이 직접적 군사충돌보다 상대의 강점을 기술·체계·환경적으로 무력화하는 방식을 선호했고, 그 중심에 항상 해양력이 존재했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바다를 통해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해 왔다. 사진은 미국의 최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를 중심으로 한 항모전단이 B-52 전략폭격기, 슈퍼호닛 전투기 등의 호위를 받으며 카리브해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 미국은 지난해 11월 베네수엘라에 군사적 압박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강 항공모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바다를 통해 세계질서를 구축하고 유지해 왔다. 사진은 미국의 최신형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를 중심으로 한 항모전단이 B-52 전략폭격기, 슈퍼호닛 전투기 등의 호위를 받으며 카리브해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 미국은 지난해 11월 베네수엘라에 군사적 압박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강 항공모함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책의 초반부는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경쟁을 다룬다. 미국은 막대한 해양 네트워크와 동맹체계를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했고, 소련은 군비 경쟁 속에서도 해양 전략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기술 중심의 2차 상쇄 전략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보여 준다. 베트남전의 패배 경험을 교훈 삼아 군사력만이 아니라 정보·기술·산업 역량을 결합한 전략체계로 변화했고, 이것이 결국 냉전 승리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해양 경쟁에 관한 분석이다. 저자는 오늘날 미·중 충돌의 본질 역시 바다에 있다고 본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해양굴기를 추진하며 대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단순한 지역분쟁이 아니라 세계 해양질서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동맹국과 해양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능력과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여전히 해양을 전략공간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수송로 역시 해상 교통망에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국민적 관심은 육상 안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바다는 여전히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한다. 해양력은 단순한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구조와 산업 기반, 기술력, 외교 네트워크, 국민 인식이 결합된 종합 국력의 결과라는 것. 또한 미래 해군은 단순한 전투조직을 넘어 외교·산업·기술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이 책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사유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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