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군의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일반전초(GOP)의 밤, 상황병으로 근무하며 밤낮없이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소식을 들었다. 육군5군단과 한국군사랑모임(KSO)이 연계해 지원하는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100만 원이라는 금액의 무게보다 누군가 나의 노력을 지켜봐 주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돌이켜 보면 그간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고민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때로는 잠 못 이루며 천장을 바라보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자마자 결심한 입대는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며 신세 한탄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스스로 한 이 다짐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준 건 늘 세심하게 부대원들을 살피는 대대장님과 묵묵히 옆에서 힘이 돼 준 중대 간부님들,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하며 도움을 받았던 전우들이었다.
주변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GOP 상황병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 낼 수 있었고 ‘특급전사’라는 값진 결실까지 맺었다. 이 모든 성취는 ‘나’라는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이었다.
이번 장학금 역시 우리 부대 전체가 나눠 준 사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장병들의 미래를 위해 힘써 준 5군단과 선한 영향력을 실천한 KSO 관계자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한다. 또한 부족한 나를 믿고 이끌어 준 2대대 모든 간부님과 7중대 전우들에게도 이 기쁨을 돌리고 싶다.
남은 군 생활 동안 두 가지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임무에 매진하고자 한다. 첫째는 완벽한 경계작전으로 우리 국민이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는 것, 둘째는 이번에 받은 따뜻한 에너지를 전우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전우가 있다면 기꺼이 어깨를 내주는 선임이자 동료가 되고 싶다.
전역 후에도 군에서 체득한 인내와 끈기, 이번 장학금을 통해 배운 ‘나눔의 가치’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다시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 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오늘도 GOP의 밤은 깊어 가지만, 마음속 희망의 등불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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