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2월 2025년 국가청렴도를 발표했는데,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63점(182개국 중 31위)으로 전년도(2024년 64점·30위)보다 점수와 순위 모두 소폭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16년 이후 청렴도는 장기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이번에 그 흐름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조정래의 『어떤 솔거의 죽음』(1999)이라는 소설에는 한 성주와 환쟁이가 등장한다. 성주가 자신의 영정을 그려 성문 앞에 걸도록 지시하자 신하들은 성내에서 가장 솜씨가 좋다는 환쟁이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성주는 완성된 그림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고, 환쟁이는 추호의 거짓 없이 그렸다고 말한다. 족자의 그림이 전체적으로 발산하는 분위기는 살아 움직이는 탐욕스러운 성주였다. 겁에 질린 신하 모두가 화를 피하고자 성주와 전혀 닮은 데가 없다고 거짓으로 답변했다.
다음 날 그와 동문수학한 화가 지루는 성주에게 “환쟁이가 그린 좌상이 성주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하고, 짧은 기간에 영정을 그려 바쳤다. 신하들은 이제야 인자함과 후덕함이 생광을 얻은 것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성주는 환쟁이를 형장으로 끌고 가라고 명령했다.
이 소설은 내가 이야기 속 인물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많은 질문을 던진다. 성주 앞에 불려 간 화가라면 환쟁이처럼 진실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아니면 지루와 같은 거짓된 그림을 그릴 것인가? 내가 신하들의 입장이라면 족자의 그림에 대해 성주와 반대되는 생각을 정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군인들은 임무와 관련해 아닐 때 아니라고 말하고 있을까?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2조 정직의 의무에는 ‘군인은 명령의 하달이나 전달, 보고 및 통보할 때 정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군인은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제61조 청렴의 의무’뿐만 아니라 ‘정직의 의무’라는 군의 특별한 의무가 추가로 부여돼 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정직하게 진실을 보고하고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말하기와 행정업무가 아니다.
사회와 조직의 부정부패는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임무의 실패는 거짓된 보고와 명령에서 시작된다. 성공적인 임무 수행과 청렴한 군 조직을 위해 정직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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