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대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그날 마을 어르신 중 한 분이 행사가 끝나 갈 무렵 “군인들이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인 줄 몰랐네”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우리 군이 지역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묻는 것처럼 들렸고,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지금 우리 군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소멸위기가 현실이 된 시대에 군부대는 단순히 한 지역에 ‘주둔’하는 조직을 넘어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과거의 군부대가 철조망 울타리 안에서 임무 수행에 집중하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사회와 연결되고 협력하는 ‘열린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변화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게 인공지능(AI)이라고 여긴다.
예를 들어 부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지역의 교통 흐름이나 상권 변화, 재난 취약지역 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군의 작전환경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즉, 군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과 AI 기술이 결합한다면 군은 단순한 방위 조직을 넘어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안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AI를 활용한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은 군부대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AI 체험교육이나 코딩 캠프, 장병과 지역 대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데이터 분석 공모전,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디지털 전환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면 군은 낯선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는 협력의 공간으로 인식될 것이다. 장병들에게도 이런 활동은 지역을 이해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군부대의 ‘브랜드’ 형성으로 이어진다. 브랜드는 단순한 홍보나 이미지 광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경험과 관계 속에서 천천히 형성된다. 지역 주민이 부대를 더 가깝게 느끼고, 군이 지역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때 신뢰가 쌓이고 긍정적 인식이 형성된다.
미래의 군은 더 이상 철조망 안에 머무는 조직이 아니다. 기술과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돼야 한다. 지역 주민과 장병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군은 그 지역의 자부심이자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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