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종심 짧은 한반도 ‘속도의 역설’…오판 땐 더 치명적

입력 2026. 05. 19   15:11
업데이트 2026. 05. 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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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52. 중동전쟁이 보여준 AI 전장, 한국 국방의 과제

인간이 기계의 연산 속도 못 따라가면
민간 시설 공격 등 오류 가능성 높아져
AI 모델 학습 편향성·과신…위험 산재
선제타격보다 ‘회복탄력성 강화’ 활용
‘기습엔 대가’…보복 확실성에 더 무게
한미 AI·위기관리체계 공동기준 필요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표적화와 의사결정지원체계가 현대전의 작전 템포를 얼마나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AI는 다종의 방대한 데이터를 융합해 표적식별-결심-행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지만 동시에 인간 통제 약화와 오판 가능성을 높이는 ‘속도의 역설’도 드러냈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국방정책은 AI를 선제 타격 속도 제고를 통한 위협 대응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휘통제 회복탄력성, 보복 확실성, 한미 공동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AI 군사혁신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리=윤병노 기자

 

최근 중동전쟁에서는 인공지능(AI) 도구가 정보를 분류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전장 상황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이란 테헤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중동전쟁에서는 인공지능(AI) 도구가 정보를 분류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전장 상황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이란 테헤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월 3일 카리브해의 새벽, 미 특수부대는 불과 3분 만에 안전가옥에 잠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했다. 4개월 이상 축적한 지도자 동선과 생활 패턴 데이터를 분석한 AI 기반 의사결정지원체계가 전장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달 뒤 이란 남부 미나브의 초등학교에 미 해군이 사용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떨어져 160여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학교가 이란혁명수비대(IRGC) 시설과 인접해 AI 표적화 체계의 오류 가능성이 제기됐다.

과거에는 노이즈에 불과했을 SNS 정보도 AI는 위성·드론 정찰, 감청, 사이버 정보, 공개출처 정보와 융합해 작전의 퍼즐로 활용한다. 인간 참모진이 수개월 준비하던 표적화와 타격 계획은 이제 수 분, 수 초 안에 마련된다. 지휘관은 더 빨리 보고, 결심하며, 타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간이 기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AI는 ‘전장의 안개(fog of war)’를 걷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을 흐리고 책임 주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새로운 안개가 된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중동전쟁은 AI 기반 전쟁이 공상과학이 아님을 보여줬다. 미군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 미사일 생산기지, 군 지휘부, 혁명수비대 핵심 작전 역량을 대규모로 타격했다. 3월 13일 피터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 공군은 개전 2주 만에 이란 내 1만5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고, 하루 1000개 이상의 속도로 공습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I 도구가 방대한 정보를 분류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전장 상황을 분석하는 데 활용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최근 실험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적 전투 자료에서 지명·날짜·부대명 등 식별 정보를 제거하고 인간 지휘관과 AI 모델에게 연습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소위급은 평균 2시간40분, 대령급은 약 58분이 걸린 분석을 AI는 4분 안에 마쳤다. 특히 클로드는 평균 56초 안에 과업을 끝냈다. 전술적 결심이 작전 및 전략적 차원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다차원적 효과 분석’과 다영역 작전 상황에서 ‘병과 간 충돌 조정’에서도 AI는 인간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중동전쟁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전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전장의 중심은 자율살상무기에서 디지털표적화와 의사결정지원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AI는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융합해 “적이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먼저 타격해야 하는가” “어떤 전력을 조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빠르게 답한다. 관찰(observation)?지향(orientation)?결정(decision)?행동(action)의 OODA 루프를 압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는 현대전에서 지휘관의 강력한 참모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월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항공기들이 비행 갑판에 집결해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항공기들이 비행 갑판에 집결해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전투작전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이 담긴 트럼프 미 대통령의 X 화면. AFP·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전투작전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이 담긴 트럼프 미 대통령의 X 화면. AFP·연합뉴스



전장 범위도 달라졌다. 중동전쟁에서는 군사기지와 미사일 시설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민간 기술기업의 네트워크까지 타격 대상이 됐다. 현대 군사작전은 데이터와 계산 능력에 의존한다. 안정적인 데이터 인프라와 민간 기술기업의 지원 없이는 실시간 정보 분석과 타격 결심도 어렵다. 이제 데이터가 흐르는 곳,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곳, 클라우드가 연결되는 곳도 전장이 된다.

그러나 효용 이면에는 ‘속도의 역설’이 있다. 첫째, 기계의 연산 속도를 인간 판단이 따라가지 못하면 실질적 통제력은 약화된다. 급박한 전장에서 지휘관이 AI 권고를 충분히 검토하고 표적의 성격과 민간 피해 가능성, 군사적 필요성과 전략적 비례성을 따져보기 어려워진다. 둘째,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편향과 오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훈련 환경과 실제 전장 환경이 다르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 판단 과정은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셋째, 인간의 과신도 위험하다. 기계가 제시한 결과가 수치와 확률, 시각화된 화면으로 나타날수록 인간은 그것을 더 객관적이고 정밀한 판단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전쟁은 불완전한 정보, 정치적 목표, 공포와 오판이 뒤섞인 복잡한 현상이다. 전술적 속도는 때로 전략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속도의 역설은 북핵 위협과 마주한 한반도에 더 무거운 함의를 던진다. 한국 국방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감시·정찰, 표적화, 결심지원체계에 결합하려는 것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지하시설, 분산 배치된 핵·미사일 자산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인간 분석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기반 데이터 융합과 표적 식별 능력은 한국군의 대응 시간을 줄이고, 억지력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AI를 킬체인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도구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미 연합군이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결심하며, 더 빨리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할수록 북한은 이를 방어적 조치가 아니라 지도부 참수나 핵전력 무력화를 위한 선제적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종심이 짧고, 군사적 긴장도가 높은 한반도에서 이러한 오인은 치명적이다. 작전 효율성만 강조해 ‘인간 감독자(human-in-the-loop)’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지는 것도 전략적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국방의 과제는 AI 군사혁신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어디에 어떤 전략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지 정하는 것이다. 첫째, AI는 선제타격 자동화보다 지휘통제체계의 회복탄력성 강화에 우선 활용돼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미사일 타격, 지휘부 교란에도 한미 연합군의 지휘통제는 유지돼야 한다. 둘째, AI는 ‘보복 확실성(assured retaliation)’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 북한이 시도하는 어떤 기습에도 감당할 수 없는 대가가 반드시 따른다는 점을 보여줄 때 억지는 작동한다. 셋째, 한미는 AI·핵위기관리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AI 기반 표적화와 결심지원체계가 북한에 어떤 신호로 해석될지, 위기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오인을 유발할지, 인간의 감독과 최종 판단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공동 기준이 필요하다. 전쟁 억지, 확전 통제, 신뢰성 있는 보복응징 능력, 그리고 인간이 감독하고 책임지는 신중함이 AI 시대 한국 국방이 쥐어야 할 방패다.

 

김양규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김양규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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