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

입력 2026. 05. 15   17:14
업데이트 2026. 05. 17   11:49
0 댓글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서울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전 육군참모총장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한데 어우러진 5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긴다.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이 계절,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군인의 아내’다. 그녀들은 꽃다운 청춘을 함께 나눠야 할 남편을 기꺼이 국가에 먼저 내준 사람이다. 민간의 부부라면 당연히 누리는 평범한 저녁식사, 나란히 걷는 주말 산책, 아이의 첫걸음마를 함께 바라보는 눈부신 순간이 군인의 아내에게는 종종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 그리움을 가슴 깊이 삭이면서 오늘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바로 군인의 아내다.

군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이별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잦은 전출 명령은 겨우 뿌리내리기 시작한 삶의 터전을 뒤흔들고, 아이들의 학교와 친구를 하루아침에 바꿔 놓는다. 때로는 출산의 순간조차 홀로다. 진통이 시작되던 그 밤, 남편은 작전 중이어서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분만실 침대를 혼자 붙잡으며 새 생명을 맞이한 그 자리에서 그녀는 기쁨과 외로움을 동시에 삼킨다.

자신의 꿈과 경력을 접어야 했던 수많은 선택,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소외감이 켜켜이 쌓여 그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새벽에 일어나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출근길 남편의 군복 단추를 하나하나 여며 주는 그 손길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제복 입은 남편의 뒷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쪽에 조용한 자부심이 피어나 끝내 미소로 배웅한다. 군인의 아내는 제복을 입지 않았지만, 그 삶 전체가 이미 보이지 않는 복무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나라를 지키고, 누군가는 그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킨다. 강한 군대는 강한 가정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집에 남겨진 가족이 건강하다는 믿음, 아내가 굳건히 버텨 주고 있다는 확신이야말로 장병을 온전한 군인으로 서게 하는 보이지 않는 전투력이다. 이 나라의 군인 아내들은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다. 그녀들은 대한민국 안보의 또 다른 기둥이다. 국가가 이들의 헌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군 가족 지원정책은 선심성 복지가 아니라 전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투자다. 전출 시 취업 연계, 자녀 교육안정 지원, 지역공동체 형성 등 실질적인 관심이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우리 군이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아내들의 헌신을 국가가 먼저 알아보고 제대로 예우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 군인의 아내로 살아온 모든 분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군인의 아내는 늘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혼자 눈물을 삼키며 많이 참아 내는 이들이다. 그녀들의 헌신은 훈장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나라의 평화는 분명 그 헌신 위에 서 있다. 군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외로운 길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명의 길이다.

이 봄날 그 이름을 가슴 깊이 불러 주자. 자녀를 홀로 키우며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 온 사랑과 인내, 오늘도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용기, 그 선택이야말로 대한민국 군대를 진정으로 강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힘이다.

사랑을 선택한 모든 군인 아내에게 당신의 눈물과 기도, 인내는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해 주고 싶다. 오늘 저녁 당신 곁의 그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눈빛 하나로 먼저 손을 내밀어 보라. 당신의 사랑이 이 나라를 지킨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