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행복한家 든든하軍] 1%의 비결까지도…매뉴얼 너머 존재하는 ‘암묵지’마저 전수한다

입력 2026. 05. 14   17:23
업데이트 2026. 05. 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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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우리는 사제로 맺어진 전우다
해군 정비창, 주조 공정 담당 경용수 주무관 ‘공정 읽는 눈’ 가르치고 
추진체계공장 정비 담당 김창록 주무관 ‘환경 읽는 능력’ 기르게 해

 

첨단 무기체계가 집약된 해군 함정 정비에는 수만 장에 달하는 교범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장의 변수는 종종 교범의 범주를 벗어난다. 기온과 습도, 미세한 기계음과 냄새 등 매뉴얼에 수치화할 수 없는 ‘1%의 암묵지(暗默知)’가 최종 정비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매뉴얼 너머에 존재하는 암묵지를 어떻게 전수할 것인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에서 이뤄지는 도제식 기술 전수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정비창은 해군 함정의 심장부와 무장을 수리하고 재생하는 핵심 군수지원 부대다. 이곳의 기술직 군무원들은 칠판이나 교안 대신 장비 앞에서 후배들에게 현장 감각을 전수하며 해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보장하고 있다. 조수연 기자/사진=부대 제공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경용수 주무관(오른쪽)이 후배 군무원 박성철 주무관에게 자동정밀조형기 모니터를 보며 3D 프린팅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경용수 주무관(오른쪽)이 후배 군무원 박성철 주무관에게 자동정밀조형기 모니터를 보며 3D 프린팅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정비 현장에서 도제식 교육이 필수적인 이유는 문서화의 한계에 있다. 매뉴얼에 기재되지 않은 판단 하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감각 하나가 해군의 함정을 움직인다. 정비창 숙련공들의 묵묵한 현장 수업이 작전 현장의 가장 확실한 안전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변수들 개선

지원공장 주형팀 경용수 군무주무관은 19년 동안 주조 공정을 담당하며 후배들에게 단편적인 기술이 아니라 ‘공정을 읽는 눈’을 가르쳐 왔다.

경 주무관은 “문서나 매뉴얼은 이상적인 조건을 전제하지만 실제 공정은 작업장의 온도와 습도, 장비 노후도 등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진다”며 “용탕(녹은 금속) 상태의 미세한 차이와 주입 속도, 몰드의 반응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의 효용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알루미늄 청동 합금 제품에서 원인 모를 수축공과 내부 결함이 반복 발생했다. 이때 경 주무관은 교범을 다시 읽는 대신 현장에서 후배와 함께 용탕 상태 및 주입 타이밍을 직접 살피며 게이트와 압탕 위치를 재조정했다. 후배는 감각적인 현장 데이터를 토대로 불량 원인을 파악해 개선안을 도출했다.

올해 전입한 후배 박성철 군무주무관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은 이상적인 수치와 환경을 제시하지만 현장에서 선배에게 배우는 기술은 실제 작업 중 발생하는 각종 오류와 시행착오를 통제하는 노하우”라고 말했다.

 

 

정비창 김창록(오른쪽) 주무관이 후배 군무원 오현동 주무관에게 함정 추진체계 구성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정비창 김창록(오른쪽) 주무관이 후배 군무원 오현동 주무관에게 함정 추진체계 구성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선배의 지도 통해 스스로 상황 판단하는 능력 키워 


추진체계공장에서도 감각의 전수는 핵심적인 일과다. 전력제어장비 정비를 담당하는 김창록 군무주무관은 후배들에게 공구 사용법과 함께 ‘환경을 읽는 법’을 가르친다.

장비 구동음의 미세한 변화나 모터 주변의 냄새 등으로 고장 징후를 사전 포착하는 능력은 교범에 명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도를 받는 오현동 군무주무관은 “초기에는 이론 지식만으로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현장에서는 이론대로 통제되지 않는 복합적인 상황이 빈번하다”며 “선배의 지도를 통해 절차를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 전수는 곧 정비 시간 단축과 불량률 감소로 직결됐다. 함정 수리 부속 제작 과정에서 주형 제작 기술이 전수되며 품질이 안정화됐고, 이는 신규 인력의 전력화 속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핵심 기술 조직 자산으로 편입되도록 최선

해군 정비창은 이 같은 현장 숙련기술의 가치를 공식화하기 위해 ‘기술 마스터’ 제도를 추진 중이다. 개인 간 1 대 1 도제식 전수에 머물던 현장 노하우를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정연수(군무이사관) 정비창장은 “핵심 숙련기술이 개인의 노하우로 소멸하지 않고 조직 자산으로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장 숙련 기술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후배 양성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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