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유랑민’ 軍 간부 신세, 이제 바꾸자

입력 2026. 05. 14   15:17
업데이트 2026. 05. 14   16:09
0 댓글

국방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방통계연보’는 방대한 군 통계자료를 담고 있다. 국가별 국방비부터 태권도 유단자 현황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간 것은 내 집 보유율이다. 최신 조사인 2024년 기준 소령은 약 42%, 중령 60%, 대령 63%, 장군은 66%였다. ‘별’을 달고서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군 생활의 씁쓸한 단면이다.

요즘은 관사 혜택에만 의지하는 세상 물정 어두운 군인이 많지 않다. 나름대로 재테크에도 신경 쓴다고 한다. 실제로 전체 직업군인의 내 집 보유율은 2014년 29%에서 2024년 45%로 높아졌다. 밖에선 주식·부동산값이 출렁이는데 봉급만 바라보며 임무에만 전념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정부가 늦게나마 군 간부들의 기본급과 수당을 인상하고 노후 관사 개선에 이사 비용까지 지원한 것은 잘한 일이다. 초급간부 모집이 쉽지 않고 중견간부 이탈이 늘어난 것도 분명 위험신호였다. 다행히 정부의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육군의 경우 중견간부 희망 전역자가 지난해 소폭 줄어들며 진정세로 돌아섰다. 육군사관학교·육군3사관학교 중도 퇴교생도 2024년 130여 명에서 지난해 8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의식주 이상으로 중요한 게 교육이다. 이전 세대가 그랬듯이 지금도 자식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게 한국 부모들이다. 군인은 특히 격오지 근무나 잦은 전근 등으로 자녀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 해 준 것에 마음의 빚을 진 경우가 많다. 친하게 지내는 현역 대령이 아들 얘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힌 게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이런 세세하지만 중요한 부분까지 챙기는 게 진짜 실력 있는 정부다.

‘국방통계연보’는 군 어린이집이나 군인 자녀 기숙사 현황 같은 다양한 복지 분야 통계도 포괄한다. 짧게 덧붙이자면 자녀의 전학 현황이나 ‘기러기 생활(주말부부)’ 실태도 조사하길 권한다. 아마도 일반 국민이 들으면 깜짝 놀랄 통계가 나올 수도 있다. 부모의 직업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회의 불평등을 넘기 위해 ‘교육 유랑민’을 자처하는 군인 부모들의 애환도 드러날 것이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제2의 한민고’ 같은 군인 자녀 모집형 자율형 공립고 추가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국방부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까지 협력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국 단위 모집에 기숙형 학교 운영으로 대학 진학 경쟁률이 높아진다면 군인 부모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 또한 소수의 우수 학생들에게 한정되는 한계가 있다. 군인 자녀 수요를 충족할 만큼 자율형 공립고를 세울 수도 없고,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수월성 교육의 취지가 퇴색할 것이다. 아들 얘기에 눈물 흘렸던 대령의 자녀는 이미 초등·중학교 과정에서 학업 성취도가 멀리 밀려났다고 한다. 1년이 멀다 하고 전학을 다니는 아이가 우등생으로 살아남기에는 우리의 교육환경이 가혹하다.

사실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은 사회 전체의 고질병이다. 군 자녀들은 군 특수성으로 인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단지 학교 몇 개를 세우는 것 이상의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군인 자녀 특성에 맞는 멘토링이나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함으로써 초기 낙오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 없을 것 같은 서울 강남구청 같은 지자체가 오히려 이 분야에 선도적인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