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현대전의 문법을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누가 더 파괴적인가’를 겨루는 화력 중심의 싸움이었다면 이젠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적을 소모시키는가’라는 가성비 중심의 소모전으로 변모한 것이다.
단돈 수천 달러에 불과한 일인칭 시점(FPV) 드론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적의 주력 전차를 단 한 방에 무력화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광경이 아니다. 특히 중동전쟁에서 나타난 ‘비용의 비대칭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초정밀타격으로 압도적 기술력을 과시할 때 이란은 저가형 드론을 파상공세로 퍼부어 미국의 값비싼 패트리어트(PAC-3) 요격 미사일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전략으로 응수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전의 양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단순히 기술력의 높고 낮음을 넘어 현장의 요구를 얼마나 신속하게 기술로 구현해 전장에 투입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기술기획과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전쟁 양상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우리 군 실정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미래 전장 핵심 기술 발굴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무인전투체계가 전투원의 의도를 자연어로 이해하는 ‘멀티모달 오더(Multimodal Order)’, 상용위성의 지상 촬영 영상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메타 콘스텔레이션(Meta-Constellation)’, 지하시설 작전 등 전파가 차폐되는 환경에서도 안정된 지휘통제를 보장하는 ‘자기장 통신’ 등 다양한 소요를 제기할 수 있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5.56㎜ 산탄’ 기술 개발이었다. 이는 드론 위협이 일상화한 오늘날 전장에서 전투원들이 별도의 전용장비 없이 기존 K1·K2 소총으로 소형 드론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야전의 절실한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기존 소총의 기계적 변형 없이 특수 산탄을 장전·격발하는 이 기술은 현재 특허출원과 함께 업체 기술 개발 착수라는 결실을 봤다. 야전의 아이디어가 기술기획이라는 가교를 통해 실제 무기체계로 탄생한 혁신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군은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기체계 획득 주기를 앞지르는 현 상황에 대응하고자 제도 개선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완벽한 성능의 무기를 한 번에 만들기보다 최소한의 성능으로 우선 개발해 야전에 보급한 뒤 실전 피드백을 거쳐 성능을 개량하는 ‘진화적 획득(Agile)’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드론이나 로봇 등 성숙한 상용위성을 기반으로 구매 가능한 전력을 대상으로 작전요구성능(ROC)을 유연하게 설정하고, 복잡한 시험평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무기체계의 진정한 발전은 제도적 개선이 아닌 먼지 날리는 야전과 긴장감이 감도는 작전현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야전과 업무현장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함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우리 군의 미래 무기체계가 되고 전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야전과 제대별 업무현장에 있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주저 없이 기획관리참모부 기술기획과로 들려주길 바란다. 여러분이 오늘 제기한 제안이 내일 우리 군의 압도적인 주도권이자 승리의 보증수표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기술과 무기체계의 혁신으로 전장에서 승리를 거머쥘 주인공은 바로 현장에 있는 여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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