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과 게이트키퍼

입력 2026. 05. 13   15:05
업데이트 2026. 05. 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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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게 삶의 최우선 가치이고, 개개인은 이 세상을 영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주체다. 우리는 생명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수도 없이 배워 왔다.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했다는 가톨릭의 말씀, 생명존중 정신을 나타내는 불교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가르침,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그것이다.

육군전투준비안전단의 자료에 의하면 육군의 자살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우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폭발력을 가진 결과일 것이다.

인접 부대 전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때면 그날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힘든 하루가 된다. 법적으로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를 가장 무겁게 처벌하고,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빼앗은 행위를 한 자는 지옥에 간다는 종교적 메시지도 있다.

사람의 생명을 뺏는 것은 종교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최고의 악(惡)인 것을 알고 막아야 한다. 더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무언가 대단한 걸 하자는 게 아니다. 내 옆의 전우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자살사고 예방교육을 받으며 이미 충분히 배웠다. 죽으려 마음먹은 전우를 살릴 수도 있으며 힘든 일을 버티며 견디고 있는 전우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게이트키퍼(Gatekeeper)’다.

자살 위험 대상자를 식별·발견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하고, 위급상황에서 자살 대상자의 자살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 관찰·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우리 모두 전우애의 차원에서 해야 한다. 용사부터 간부까지 우리 군의 구성원 모두가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도록 서로서로 지켜 주는 게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힘이 들면 “힘들다”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 참된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을 놓쳤을 때 발생한다”는 확고한 메시지가 그것이다. “내 힘들다”를 거꾸로 쓰면 “다들 힘내”가 된다. 이 순간에도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전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살필 때 비로소 전우의 얼굴을 미소로 갈아입혀 살리는 길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옥전 중령 육군52보병사단 천마여단
김옥전 중령 육군52보병사단 천마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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