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 한 책’··· 병영에서 시작되는 반가운 변화

입력 2026. 05. 08   16:37
업데이트 2026. 05. 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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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강단에서 절실하게 체감하는 문제가 있다. 학생들의 문해력과 문장력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점이다. 짧은 영상과 단편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이 줄어든 탓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 손에 총, 한 손에 책’ 프로젝트는 반가운 변화로 다가온다. 

‘한 총, 한 책’이라는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군 본연의 임무를 상징하는 ‘총’과 지식·교양·미래 준비를 의미하는 ‘책’을 결합한 이 표현에는 강한 군인인 동시에 생각하는 군인을 길러내겠다는 국방부의 정책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군이 지향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단순히 “책을 읽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신병 단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독서에 입문해 복무 기간에 이를 습관으로 정착시키며, 전역 이후까지 독서가 이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정책이 꽤 정교하게 짜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필자는 지난 3월, 국방부 병영독서 활성화 방안 토의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점이었다. 정책 취지뿐 아니라 실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었고,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현실적인 설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대로 추진해 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정책이 군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병영을 하나의 독서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매년 2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군을 거쳐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영은 가장 효과적인 ‘독서 교육의 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가 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장병 개인에게도 이 정책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군 복무 기간이 단순한 의무 이행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이 생각을 바꾸고, 진로를 고민하게 만들며,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만약 그러한 경험이 병영 안에서 시작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진 변화일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병영문화에 미칠 영향이다. 독서는 개인의 내면을 단단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준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통을 늘리고 갈등을 완화하며, 보다 안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즉, 병영문화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도 독서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교육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 정책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능력의 한계를 마주하는 입장에서 군이 일정 부분 재교육과 재사회화 기능을 수행해 준다는 점은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다. 병영이 단순한 통제의 공간을 넘어 성장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번 정책을 계기로 병영에서 시작된 독서 습관이 전역 이후에도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국방부의 병영독서 정책은 단순히 군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년 세대의 사고력과 삶의 방향을 다지고, 우리 사회의 읽고 생각하는 문화를 회복하려는 중요한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박세진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박세진 한양대 미디어학과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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