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中 견제 소극적…비군사적 영역 협력 기제로 작동

입력 2026. 05. 08   16:13
업데이트 2026. 05. 10   14:11
0 댓글

국제이슈돋보기
인도·태평양 소다자 협력의 배경과 동향 ⑤ 쿼드(QUAD)의 발전 경과와 도전 요인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강압적 행보
‘역내 질서 유지’ 4개국 이해관계 일치
2021년 이래 6차례 정상회의 통해 발전
기후·기술 등 협력…연합훈련도 정례화
일본·호주 적극성·결속력은 ‘지속 요인’
갈등 심화 미국·인도 관계는 ‘도전 요인’

2024년 9월 21일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회의하고 있다. 이 회담은 현재 쿼드 국가들이 연 마지막 정상회담이다. 출처=백악관
2024년 9월 21일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4개국 정상이 회의하고 있다. 이 회담은 현재 쿼드 국가들이 연 마지막 정상회담이다. 출처=백악관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는 2000년대 초반 출범했다. 2004년 발생한 인도양 대지진과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된 4개국 해군 협력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제안에 따라 2007년 8월 4개국 협의체 성격을 지닌 ‘4자 안보대화’가 국장급 회의로 개최됐다. 일명 쿼드 1.0의 출범이다.

하지만 쿼드 1.0은 결성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해체됐다. 쿼드 결성·발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사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결성 초기 미국이 중국의 쿼드에 대한 공세적 비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소다자 협력으로 정착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했다. 이후 일본 아베 내각의 재출범을 계기로 쿼드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했다.

트럼프 1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 재출범의 추동력이 됐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호주·인도 역내 전략의 공조를 강조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4자 협의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역내 강압적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규칙을 기반으로 해 역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쿼드 4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7년 11월 쿼드 4개국 국장급 회의가 재개됐다. 특히 2019년 9월의 유엔 총회를 계기로 첫 번째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되면서 협력 수준이 격상됐다. 2020년 10월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일본 도쿄에서 2차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면서 정례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른바 쿼드 2.0이 출범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괌 연안에서 미국·인도·호주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말라바 훈련에서 미 유도탄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기관포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11월 14일 괌 연안에서 미국·인도·호주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말라바 훈련에서 미 유도탄구축함 피츠제럴드함이 기관포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쿼드의 방향성을 둘러싼 미 행정부 내 입장이 정리되지 못하면서 정책적 혼선을 초래했다. 쿼드를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대표적이다. 쿼드 확장의 필요성에 관한 명확한 방침이 수립되지 못했다. 중국과 관련한 쿼드 4개국의 대응 수위도 일치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0년 10월의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쿼드의 목적을 ‘중국 공산당의 강압으로부터 역내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3개국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쿼드를 반중국 연합체가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연대로 규정했다. 이는 냉전기 미·소 대결 국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방식을 미·중 전략경쟁에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적대시하는 대신 가치 공유와 민주주의적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반발에 의식한 인·태 지역 국가의 우려를 해소하려 했다. 역내 국가들이 중국의 역내 공세적 행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투영됐다.

이 시기 주목할 성과는 쿼드를 정상급 협의체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 출발점은 2021년 3월 개최된 화상 정상회의다. 이 회의에서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인·태 지역 자유와 개방성이 쿼드 4개국의 국익과 미래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같은 해 9월의 첫 대면 정상회의에서도 “강압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촉진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두 회의를 포함해 2024년 9월까지 총 6차례의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쿼드 외교장관 회의도 정례화됐다.

쿼드 협력도 진전됐다. 실질적 해결책과 성과를 도출하는 노력에 따른 결과다. 특히 보건안보, 기후변화, 미래 핵심기술 분야 등을 중심으로 4개국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2021년 3월 정상회의는 그 토대가 됐다. 백신·기후변화·신기술 분야 관련 실무그룹을 발족시켰기 때문이다. 같은 해 9월 정상회의에서는 기반시설 구상 강화, 우주·사이버 분야 협력, 인적자원 교류와 교육 향상 등 추가적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14일 괌 연안에서 열린 말라바 훈련에서 미 유도탄구축함 피츠제럴드함 승조원들이 호주 해군 호위함 밸러랫함에 승선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11월 14일 괌 연안에서 열린 말라바 훈련에서 미 유도탄구축함 피츠제럴드함 승조원들이 호주 해군 호위함 밸러랫함에 승선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공식홈페이지


4개국의 연합훈련도 정례화됐다. 미국·인도의 양자 해군훈련인 말라바(Malabar) 훈련의 참여국을 확장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2007년 쿼드 출범 직후 실시된 이 훈련에 일본·호주·싱가포르 등이 참여하면서 사상 최초로 쿼드 4개국 연합훈련이 진행됐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호주가 참여를 중단했다. 이후 2015년 훈련부터 일본이 정례적으로 참여했으며, 2020년 훈련에서 호주가 13년 만에 참여하면서 쿼드 4개국 연합훈련이 재개됐다. 훈련 내용도 기동훈련을 넘어 대잠전, 수상전, 해상차단, 해양상황인식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2017년만 하더라도 쿼드는 인·태 지역 내 대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유일한 소다자 협의체였다. 하지만 대중국 봉쇄 기제로 인식되는 데 부담을 느낀 인도의 소극성이 쿼드 협력의 제약 요인이 됐다. 그 결과 쿼드는 비군사적 영역을 중심으로 역내 포괄적 협력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 대신 미·일·호·필 협의체와 중국을 군사적 차원에서 견제하는 역내 소다자 협력의 기제로 부상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행보는 쿼드 협력의 도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의 기조에 따라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에 기반한 소다자 협력의 접근법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NSS)는 쿼드 협력을 언급했다. 하지만 소다자 협력 자체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인도와의 양자 관계에서 쿼드 협력을 활용하겠다는 접근법으로 해석된다. 즉, 쿼드와 같은 소다자 협력을 국가 관계 구축의 부수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이 투영된 것이다. 보건안보와 기후변화 분야에서의 협력 약화도 우려되는 점이다.

쿼드 회원국의 결속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호주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역내 대표적 중견국으로서 소다자 협력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정체성에 따라 이들은 쿼드 협력을 지속 발전시키면서 미국의 역내 관여를 담보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쿼드 협력의 핵심적인 지속요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인도 관계는 쿼드 협력의 도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관세 협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양국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가운데 2025년 5월의 인도·파키스탄 분쟁 역시 양국의 갈등 요인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중립적 기조를 명분으로 파키스탄에 유화적인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양국 갈등은 같은 해 11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쿼드 정상회의가 취소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쿼드 4개국의 정례화된 외교장관회의가 협력의 새로운 추동력을 제공할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