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포탄 더미 넘어… 이 작은 무기 하나, 전쟁 공식을 뒤집다

입력 2026. 05. 06   17:01
업데이트 2026. 05. 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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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원킬’ 포탄 수만 발보다 드론 한 대 
미 과학기술 전략 설계 내부자가 예측한 미래
군집드론·정밀무기 등 로봇 군사기술 혁명
과거 물량으로 승부…이젠 AI 중심으로 재편
‘기계 속의 야수’ AI 무기의 민낯
급속한 변화 속 인간의 내적 편향 우려 경고
무기 사용 모든 과정서 책임·통제 유지돼야

 

AI 시대, 전쟁의 미래 / 조지 M. 도허티 지음 / 유강은 옮김 / 김영사 펴냄
AI 시대, 전쟁의 미래 / 조지 M. 도허티 지음 / 유강은 옮김 / 김영사 펴냄

 


새로운 과학기술이 전쟁 양상을 바꾼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포와 화약은 기존의 전쟁 관념을 뒤집어 놨다. 항공기와 전차, 나아가 원자폭탄의 등장 역시 전쟁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놓았다. 그렇다면 현대전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전쟁 판도를 바꾸는 시대가 됐다. 군집드론부터 정밀무기까지 세계는 지금 대포나 화약·항공기·원자폭탄의 등장에 필적하는, 아니 그보다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로봇 군사기술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루가 멀다하고 AI나 로봇의 등장이 전쟁에 미칠 영향을 조망하는 책·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신간 『AI 시대, 전쟁의 미래』는 그 의미가 좀 더 특별하다. 저자가 예비역 미국 공군대령으로 오늘날 우리가 목격 중인 미 과학기술 전략을 설계한 ‘내부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AI와 로봇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정밀유도무기가 전통적인 전쟁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 놨다고 분석한다. 이는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미 육군이 제2차 세계대전 안치오전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적 한 명을 사상자로 만들기 위해 평균적으로 포탄이나 박격포탄 200~225발, 소총탄 1만1000~1만8000발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밀유도기술이 일상화한 요즘은 ‘원샷 원킬’이 가능해졌다.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사막의 폭풍작전 당시 F-117 스텔스기의 이라크 방공본부 공격. 조종사는 레이저유도폭탄을 방공본부 중앙환기구 내부로 이끌어 단 한 발의 폭탄으로 건물을 완파하며 무시무시한 효율성을 과시했다.

 

미 공군의 블랙호넷 초소형 무인기는 무게가 18g에 불과한 초경량 기체로 로봇 군사 플랫폼 소형화 기술의 최첨단을 보여 준다.
미 공군의 블랙호넷 초소형 무인기는 무게가 18g에 불과한 초경량 기체로 로봇 군사 플랫폼 소형화 기술의 최첨단을 보여 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포병대 근처에 쌓여 있는 포탄 탄피 더미. 산업시대 비유도무기의 끔찍한 비효율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포병대 근처에 쌓여 있는 포탄 탄피 더미. 산업시대 비유도무기의 끔찍한 비효율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또 과거 어떤 무기체계를 격파하려면 비슷한 크기의 무기를 사용해야 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테러리스트나 반군이 300달러짜리 유도사제폭탄으로 2억 달러짜리 C-17 대형 수송기를 폭파하는 세상이 됐다. 무기체계 확충과 운용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다루는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전반부인 1장부터 5장까지는 ‘로봇 전쟁의 숨은 역사’ ‘보편적 정밀성이 낳은 결과’ ‘전투 역할과 전술의 혁명’ ‘미래 로봇 플랫폼의 진화’ ‘저고도 공중 통제’ 등 AI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전쟁 양상을 소개한다. 하지만 6장부터 9장까지는 이러한 급속한 변화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AI가 스마트한 건 분명하지만 자기 행동의 본질과 결과를 이해할 능력이 없기에 “AI가 자기만의 자율성을 행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법적 금치산자에게 무기를 쥐여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창조하는 로봇과 AI가 위험한 것은 인간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기계 속의 야수(Beast in the Machine)’라고 일갈한다. 저자가 보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에 능력 이상의 판단과 권한을 넘겨 버리도록 부추기는 인간의 내적 편향에 있다. 이에 AI 무기는 인간 지휘관과 운용자가 목표 설정, 권한 위임, 표적 선정, 무기 사용에 이르는 전(全) 과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만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로봇 혁명을 헤쳐 나가기 위한 4가지 기본 과제도 제시한다. △로봇무기와 정밀전장의 현실 수용 △로봇시스템에서 신속한 주도권 장악 △로봇공학과 AI 활용전략·전술 개발 △방산 기반의 구조개혁 신속착수가 그것. 이와 함께 군별로 파괴적 군사혁신을 성공적으로 실천한 미군의 프로토타입 부대 사례를 제시하면서 군 문화를 변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군의 거의 모든 장교가 거북선에 관해 배운다며 “한국은 군사혁신으로 유명한 나라”라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어 “한국인은 적대적 위협의 그림자 아래서 살아가면서도 윤리적 원칙과 민주적 이상을 존중하는 데 익숙하다”며 “우리 모두 함께 변화의 폭풍을 헤쳐 나가자”고 제안한다. 전쟁의 미래와 AI·로봇 활용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고민 중인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김가영 기자/사진=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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