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정 MRO 정책 전환과 국가 해양산업 도약의 기회

입력 2026. 05. 06   16:30
업데이트 2026. 05. 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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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해군 함정의 정비는 승조원과 군 정비지원부대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함정 기술이 비약적으로 고도화함에 따라 기존 정비 방식의 지속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미래 함정에 인공지능(AI) 적용, 무인화 확대, 첨단 민간 기술의 재산권 보호와 더불어 숙련된 정비 인력의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인력 감소 등은 해군 함정 정비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런 점에서 해군이 민·군의 역량을 함께 활용해 함정을 정비하고자 하는 유지·보수·정비(MRO)의 방향성과 정책 시점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된다. 특히 AI 기반 진단 기술, 디지털 트윈, 예지 정비 등 민간의 첨단 정비 기술을 함정 정비에 접목해 미래 함정의 전력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 산업생태계의 군 내 유입을 통한 정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해군 MRO 정책은 ‘군 중심의 정비제도를 민·군 협력 중심의 정비제도로 전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 국내 조선소와 협력기업들은 미국 지원함 MRO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증명된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력과 신뢰성의 성과는 미 해군의 전투함 MRO까지 확대될 것이다.

해군의 함정 MRO 사업으로 쌓게 되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 정비지원부대의 민·군 협력 역량은 향후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해외 MRO 시장 진출에 양분이 될 것이다. 또한 해외 MRO 사업으로 쌓게 되는 글로벌 역량은 다시 우리 함정에 그 기술력이 녹아들어 국방력과 조선해양·방위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MRO 산업은 인력 집약형이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경남, 부산, 울산, 전남 등 지역 기반 조선 인프라와 연계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기술 인력 유입, 방산클러스터 형성 등 그 파급효과가 크다.

해군의 함정 MRO로 연간 9000억 원의 직접적인 산업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 1조8000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2700억~31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5400~7200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해군 MRO 정책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민·관과 산·학·연이 연결된 생태계 구축이 필수다. 민·관·군의 협업으로 해군 전력의 가용성 보장과 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상생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의 함정 MRO 방산클러스터 사업의 시작은 이런 정책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함정 승조원의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술력을 갖춘 지역조선소와 기업을 MRO 사업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해군이 지역의 중소 조선소와 협업해 추진 중인 수상함 민간 상가 정비는 이런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업체는 이들 변화를 단기적 이윤 창출의 기회로만 인식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과 지속성을 강화하고 국방력 강화에 일조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 역시 민·관·산·학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함정 MRO 관련 제도·법·인증체계 정비로 정책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해군 MRO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 전략 전환이다. 전력 가용성 향상, 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다층적 정책 영역으로서 국가적 관심과 민·관·산·학의 협력이 결합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한다. 함정 MRO 정책은 대한민국 해양안보와 해양산업 도약을 이끄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남택근 학회장 한국마린엔지니어링학회 목포해양대 교수
남택근 학회장 한국마린엔지니어링학회 목포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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