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51. ‘새로운 전투원’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고정된 성능 체계 아닌 운용하며 진화
부대 배치한 뒤 새 병사처럼 조직에 통합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완·훈련시켜야
SOP·훈련방식·역할분담·책임구조 등
부대 차원 운용방식 전반 재설계 필요
우리 군은 이미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체계를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AI와 유·무인 복합체계는 국방전략기술의 중요한 분야로 설정돼 있다. 이를 실제 전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통합소요 기획, 신속소요, 신속시범사업 등 제도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을 더 빠르게 식별하고 시험하며 전력화하려는 방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 지금까지의 논의가 주로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젠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리=윤병노 기자
|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은 단순한 장비 도입이 아니다. 전통적인 무기체계는 통상 일정한 요구 성능을 충족하면 전력화하고 이후에는 정비와 후속군수, 성능 개량 중심으로 관리된다. 반면 AI 체계는 운용환경이 바뀌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갱신되면 성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한 번 들여와 끝나는 장비가 아니라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보완하며 훈련시켜야 하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는 새로운 장비라기보다 새 전투원에 가깝다.
실제로 미군은 인간과 기계의 통합을 일반적인 체계 결합이 아니라 부대가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바라본다. 기계를 부대에 배치한 뒤에는 이를 새 병사처럼 조직에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운영절차(SOP)를 조정하고, 훈련방식을 새롭게 설계하며,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역할과 권한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체계가 단순히 성능 좋은 장비인지 여부보다 부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의 소요 기획과 시험평가체계가 아직 이런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소요서는 기술적 성능 요구를 중심으로 작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기술 성능은 중요하나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의 경우 최초의 기술 성능만으로 요구를 설정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 AI는 고정된 성능을 가진 체계가 아니라 운용 속에서 진화하는 성능을 가진 체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요구 성능은 기능·성능 지표의 나열을 넘어 그 체계가 실제 임무 수행과 작전 효과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까지 보여 주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성능지표(MOP) 중심의 요구를 넘어 효과지표(MOE) 관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안전성, 신뢰성, 인간과의 협업 능력, 데이터 관리와 업데이트 이후 재검증 가능성 같은 요소 또한 소요 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
시험평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험평가가 무기체계의 성능 확인에 집중해 왔다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의 시험평가는 새로운 전투원을 선발하듯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정해진 성능을 충족하는지만 볼 게 아니라 우리 부대와 같이 임무를 수행할 자질이 있는지, 인간과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는지, 운용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검증체계다. AI 체계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의존성이 크므로 도입 전 일회성 시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발 단계의 검증, 운용 단계의 타당성 확인, 변경 이후의 재인증을 포함하는 지속적 검증·확인 및 인정(VV&A) 체계가 전력화 이후의 유지·관리개념 속에 포함돼야 한다. 정비가 부품을 교체하고 고장을 수리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품질 관리와 모델 성능 점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
또한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서 핵심은 결국 신뢰다. 장병이 AI를 신뢰하지 못하면 아무리 높은 기술 성능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장에선 활용되기 어렵다. 이러한 신뢰는 기술적 성능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AI의 판단과 권고가 어느 수준까지 설명 가능해야 하는지, 인간 지휘관과 운용자가 어느 단계에서 개입하고 승인할 것인지 기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SOP, 훈련, 역할 분담, 책임구조가 함께 정비될 때 비로소 인간과 AI는 하나의 팀으로 기능할 수 있다.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의 도입은 단순한 장비 운용 준비를 넘어 부대 차원의 운용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새로운 체계를 어떤 임무에 투입할 것인지, 기존 인력과 어떻게 팀을 구성할 것인지, 평소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전반적인 운용개념을 같이 준비해야 한다. 첨단 기술의 빠른 도입을 위한 제도와 도입 이후 이를 계속 운용·개량하기 위한 제도는 같지 않다.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에는 후자가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한 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빠른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체계를 부대의 한 구성원처럼 받아들이고, 훈련시키고, 신뢰를 쌓고, 계속 성능을 키워 가며 같이 싸울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소요서와시험평가가 바뀌어야 하고, 도입 부대의 SOP와 훈련체계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지를 넘어 ‘어떻게 같이’ 싸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