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을 넘어 지역사회의 미래와 마주하다

입력 2026. 04. 30   14:17
업데이트 2026. 05. 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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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기린면 현리. 이곳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가장 익숙한 풍경은 부대 안의 진료실이다. 장병들의 건강을 돌보고 전투력을 보존하는 것이 군의관 본연의 임무이지만, 최근 군의관들은 조금 특별한 외출을 다녀왔다. 인근 기린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및 건강상담 강연’이었다.

이번 강연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군의관은 군인이기 이전에 의사이며, 사회 선배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의학적 지식과 공부법, 청소년기에 알아야 할 건강한 생활습관의 경험이 꿈을 키워 가는 학생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다행히 이를 적극 지원해 주신 박계영 통합의무실장님, 기린중 선생님들과의 유기적인 연계로 군의관들이 본인의 전문 영역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열정적으로 강연할 기회를 얻었다.

의사·한의사 복수면허를 가진 필자의 강연 주제는 ‘청소년 갓생 운동법’이었다. 보디 프로필을 찍으면서 얻은 성취감을 전달하고 청소년기 올바른 운동습관과 자기관리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도시에 비해 운동시설과 코치가 부족한 지역환경을 고려,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손쉽게 올바른 운동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린중에서 만난 80여 명의 학생이 던지는 서툴지만 진지한 질문에서 아이들이 품은 순수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강연을 준비하며 우리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와닿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강연이 끝난 뒤 마음이 가득 채워진 쪽은 우리였다.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학생들을 보며 오히려 우리가 큰 위로와 에너지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은 군의관으로서 사명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

군 복무기간은 사회와 단절된 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역주민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삶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군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군은 국토를 지키는 물리적 힘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상생한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때 군을 향한 신뢰와 지지는 공고해진다고 생각한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 잔상처럼 남았다. 우리가 전한 내용과 작은 조언이 아이들 가슴속에 씨앗이 돼 훗날 멋진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 군의관으로서 보낸 인제에서의 시간은 마침표를 향해 가지만, 기린중 학생들과 나눴던 교감은 앞으로 의사 생활에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김휘경 대위 육군3군단 통합의무실
김휘경 대위 육군3군단 통합의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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