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 깊은 울림…비주류가 남긴 치열했고 처절했던 외침

입력 2026. 04. 29   16:55
업데이트 2026. 04. 29   17:03
0 댓글

여성부대·중립국 의용군·비정규군 등 
2차 대전 판도 바꾼 15개 부대 활약상
전쟁 승패 넘어 소수의 신념·선택 기록
편견 없애고 위기에 맞선 영웅들 조명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가치 씨앗 심어

 

스트레인지 아미 / 이준호 지음/유월서가 펴냄
스트레인지 아미 / 이준호 지음/유월서가 펴냄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으로 기억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 온 이야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신간 『스트레인지 아미』는 전쟁의 주류 서사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와 계층, 특수한 상황에서 등장한 15개 부대 이야기로 전쟁의 모습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린다. 책에서 다루는 부대들은 단순한 군사조직을 넘어 당시 사회와 시대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펼쳐 보인다.

남성 중심의 전장에서 활약하며 전설이 된 소련 여성 저격부대는 전쟁이 기존 성 역할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알려 주고, 일본군에 밀리던 중국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항공대 플라잉 타이거스는 국가 간 이해관계를 넘어선 깊은 우정을 보여 준다.

나치에 맞서 조국을 되찾고자 싸운 프랑스 마키단은 비정규군의 대표 사례로 등장하고, 영국 공군 소속으로 참전해 뛰어난 전과를 올린 폴란드 망명 조종사들은 국가를 잃은 이들의 투쟁을 상징한다.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활약한 미국의 터스키기 항공대는 전쟁이 사회적 편견을 흔드는 계기가 됐음을 지적한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례도 있다.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참전한 일본계 미국인 부대 니세이는 전쟁 속 정체성의 문제를 꼬집고, 나치와 소련 사이에서 고립된 상황에서도 바르샤바를 지키려 했던 폴란드 국내 군은 절박한 생존의 현실을 짚는다.

히틀러의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전했던 스페인 블루 디비전, 중립국임에도 이웃 국가를 위해 싸운 스웨덴 의용군은 전쟁이 단순한 국가 간 대립이 아님을 역설한다.


소련군 여성 저격수들은 눈부신 전과를 올려 일약 ‘영웅’으로 부상했다. 309명의 파시스트를 사살해 ‘죽음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소련군 여성 저격수들은 눈부신 전과를 올려 일약 ‘영웅’으로 부상했다. 309명의 파시스트를 사살해 ‘죽음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미국 최초의 흑인 전투비행단인 터스키기 항공대는 ‘나치’와 ‘인종차별’이라는 두 개의 적과 싸웠고, 이들의 투쟁은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 최초의 흑인 전투비행단인 터스키기 항공대는 ‘나치’와 ‘인종차별’이라는 두 개의 적과 싸웠고, 이들의 투쟁은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나치에 맞서 조국을 찾기 위해 싸운 프랑스 마키단은 비정규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열 중인 마키단.
나치에 맞서 조국을 찾기 위해 싸운 프랑스 마키단은 비정규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열 중인 마키단.



아시아 전선과 특수작전부대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본군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활동한 영국의 친디트 부대는 극한 환경 속 작전을, 적군으로 위장해 후방을 교란한 나치 특수부대 브란덴부르거는 전쟁의 전략적 다양성을 드러낸다. 북아프리카에선 사막을 무대로 활약한 장거리 사막 정찰대가 어떻게 적의 허를 찔렀는지 생생하게 그린다.

종교와 이념, 극단적 상황에 놓인 사례들도 눈에 띈다. 나치 독일 아래서 조직된 무슬림 부대 한트샤르는 전쟁이 다양한 정체성과 결합되는 방식을 보여 주며, 국가 붕괴 속에서 강제로 동원된 독일의 국민돌격대는 전쟁 말기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승산 없는 전쟁의 끝에서 젊음을 희생해야 했던 일본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는 전쟁의 비극적 측면을 극단적으로 부각한다.

책은 이처럼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진 15개 부대를 통해 전쟁을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사회의 복합적인 이야기로 확장한다.

이들은 영웅으로 기억되기도, 혹은 비극적 존재로 남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기존 역사 서술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존재다. 때로는 실패했고, 때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선택과 행동은 분명히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들의 활약은 전후 사회에서 권리와 지위 향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들의 출발점이 됐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책에서 소개된 이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어떤 주류 못지않게 자신의 나라와 민족의 생존은 물론 소속 집단의 명예를 격렬히 고민하고 목숨까지 바쳤다”며 “이들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일 순 있지만, 이들의 행적과 자취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며 후대에 끼친 영향은 주류 못지않거나 오히려 훨씬 더 컸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낯설고 이상한 이들의 치열했고 처절했던 사연을 통해 ‘비주류가 세상에 전하는 강렬하면서도 비장한 외침’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밀덕(밀리터리 덕후)’으로 활동해 온 저자의 집념과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어야 했던 약자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송시연 기자/사진=유월서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