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실패하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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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 후 처음 마주한 소대원 앞에서의 신고식, 첫 당직근무 투입, 첫 훈련과 명령 하달. 초급간부라면 누구나 ‘잘해 냈다’는 뿌듯함보다 ‘오늘도 실수했다’는 자책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급자의 한마디 지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나만 바라보는 병사들 앞에서 말문이 막혔던 순간, 행정 처리에서 놓친 사소한 실수들. ‘왜 이런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에 잠 못 드는 밤이 적지 않다.
스탠퍼드대 존 크럼볼츠 교수와 라이언 바비노 상담가가 집필한 『빠르게 실패하기』는 그 물음에 답을 건넨다. 원제목은 『Fail Fast, Fail Often』, 말 그대로 ‘빠르게, 자주 실패하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이는가?” 답은 간단하다. 실패가 두려워서다. 완벽한 계획, 완벽한 준비,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완벽함을 좇으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기보다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실패하라고 이야기한다. 성공한 사람은 실패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문 이가 아니라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는 이다. 실패를 ‘끝’이 아닌 성장의 ‘데이터’로 받아들일 때 성장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다.
돌이켜 보면 군 생활만큼 이 메시지가 잘 들어맞는 무대도 없다. 임관 후 우리가 마주하는 상황은 교범에 없는 것투성이다. 양성기관과 교육기관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이지만, 실제 부대에서의 변수는 늘 예상을 빗나간다. 첫 지휘가 어색하고 첫 참모 조언이 미숙한 것은 당연하다. 임관 직후부터 모든 일에 완벽한 간부가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 유무가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어제의 훈련이 서툴렀다면 오늘은 교범을 한 번 더 읽고, 상급자에게 한 번 더 묻자. 병력 관리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면 내일 아침 용사들에게 좀 더 밝게 인사하고 작은 대화를 시도하자.
실패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에서 어떤 것을 얻었는지’다. 빠른 실패는 곧 빠른 성장이다. 초급간부의 실수는 대개 돌이킬 수 있는 실수이며, 멋진 고급 간부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값진 자산이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실패의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마음 편히,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기다.
그러니 오늘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 붉혔던 순간, 한 페이지의 보고서를 몇 번이고 다시 썼던 날, 미래의 확신이 흔들렸던 하루, 그 모두가 몇 년 뒤 빛나는 나를 만드는 재료다. 오늘 실패했다면 내일의 나는 어제보다 한 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하루를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성장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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