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유도무기와 스텔스기, 드론이 하늘을 수놓는 시대다. 현대전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선 데이터 중심의 속도전으로 진입하고 있다.
거대한 기술적 파고 속에서 강의실 생도들에게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모든 판단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가르치는 군사전략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군사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AI를 전쟁에 적용하는 방식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나라는 모두 AI가 미래전의 핵심임을 인정하지만, 그 운용 ‘철학’과 ‘책임’ 문제에선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우선 미국은 이른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미 전쟁부(국방부) 지침(DoD Directive 3000.09)에 명시된 것처럼 무력 사용의 최종 단계에는 반드시 ‘인간의 적절한 판단(Appropriate levels of human judgment)’이 개입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AI는 수백만 개의 표적을 동시에 식별하고 최적의 공격 경로를 계산할 수 있지만, 최후의 순간 ‘발사’ 버튼을 누르는 주체는 반드시 윤리적·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 오류나 알고리즘의 편향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확전을 막으려는 전략적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은 이른바 ‘지능화 전쟁(Intelligentized Warfare)’ 개념을 앞세워 또 다른 길을 모색 중이다. 중국의 일부 군사이론가는 미래 전장의 속도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며, 결국 인간을 배제하고 AI가 실시간으로 판단과 타격까지 수행하는 시스템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개입이 오히려 대응 속도를 늦추는 ‘병목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계다. AI 속도를 점유하기 위해 인간의 결단을 생략하겠다는 과감하고도 위험한 도박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속도는 분명 위협적이며 전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역설적으로 미국의 ‘인간 개입’ 원칙 속에 미래 전장의 진정한 승부처가 숨어 있다고 믿는다. 전쟁의 본질은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고르는 계산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AI가 학습할 수 없는 ‘전쟁의 안개’ 속에서 역사는 늘 데이터상 불가능해 보였던 상황에서 내린 인간의 ‘비합리적 결단’에 의해 뒤바뀌어 왔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평가 속에서 만약 AI가 지휘관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겠는가. 아마 AI는 작전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데이터 너머의 승기를 포착했고, 그 결단은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것이 바로 기계의 연산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통찰’이자 ‘전략적 직관’의 힘이다.
생도들에게 훌륭한 장교가 되기에 앞서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가 돼야 하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을 부리는 인간의 사고(思考)는 더 깊어져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조종석에 앉은 조종사나 통제실의 지휘관이 내리는 결정의 무게는 그 어떤 슈퍼컴퓨터의 연산 결과보다 무겁다. 그 결정에는 국가의 운명과 전우의 생명, 전쟁의 정당성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서다. AI는 어떻게(How)에 답할 수 있지만 왜(Why)에 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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