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경력·확실한 실력 ‘전문성 무장’...군복 벗고 대형로펌 ‘블루칩’이 되다

입력 2026. 04. 27   17:08
업데이트 2026. 04.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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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신민철(예비역 공군준위)·장성기(예비역 육군원사)·김동현(예비역 공군원사)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가능성을 보여주다
K방산 시장 성장…군 경력 경쟁력도 ‘업’
부사관, 특수 분야 전문가 인정받는 시대
가능성을 만들어라
실무 관련 자격증 취득·최신 경향 습득 등
단순 복무로 여기지 말고 커리어로 관리

익숙함을 벗고 새로움을 택하는 건 쉽지 않다. 하물며 한 조직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최상위 계급에 오른 이라면 더욱 그렇다. 군검찰수사관으로 오랜 기간 복무한 준사관·부사관 출신 인력들이 대형 로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역이라는 쉼 또는 정년이라는 안정을 버리고 도전하기로 용기를 냈다. 군 경력으로 빼곡히 채워진 종이를 넘기고 새로운 장을 펼쳤다. 때 묻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는 희망의 예감으로 가득 차 있다. 글=김해령/사진=김태형 기자

군검찰수사관으로 복무하다가 전역 후 민간 대형 로펌 전문위원으로 이직한 신민철(가운데) 예비역 공군준위와 장성기(오른쪽) 예비역 육군원사, 김동현 예비역 공군원사.
군검찰수사관으로 복무하다가 전역 후 민간 대형 로펌 전문위원으로 이직한 신민철(가운데) 예비역 공군준위와 장성기(오른쪽) 예비역 육군원사, 김동현 예비역 공군원사.



6개월 전 법무법인(유) 세종은 국방·방산조직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 ‘K방산’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산업 특성에 맞춘 전문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신민철(예비역 공군준위)·장성기(예비역 육군원사)·김동현(예비역 공군원사) 전문위원이 세종 방산·국방팀에 합류했다. 군인, 특히 준사관·부사관 출신이 대형 로펌에 진출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우선 군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민간 전문영역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아울러 부사관 역시 전역 후 유수의 기업과 기관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음은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신민철(이하 신)=군 실무 경험이 전역 후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로선 군검찰수사관의 전문성이 민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준 조직이었고, 후배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고 싶다는 책임감이 컸습니다.

장성기(이하 장)=국방부와 육군에서 33년간 수사관으로 근무하며 방위사업 관련 업무를 많이 접했습니다. 현장에서 정직하게 실력을 쌓은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마주하며 제 지식과 경험이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하다가 로펌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김동현(이하 김)=정보통신 부사관으로 시작해 법무특기로 전환하고 디지털포렌식까지 영역을 넓혀 왔습니다. 군에서 쌓은 커리어를 더 넓은 환경에서 펼쳐 보고 싶었고, 그 방향을 가장 현실적으로 이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군 경험이 로펌 업무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신=로펌에는 이론적인 법리 검토 전문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군사건은 병영 내에서 생활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하는 분위기나 이면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설명해 주면 명확한 법리 검토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최근 한 징계사건에서도 군 매뉴얼을 말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험의 무게를 실감하게 됐죠.

장=군에서 방산비리 수사를 하면서 군납구조와 문제점을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경험은 기업의 실질적인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인지수사부서에 근무하면서 군 내외 수사·정보기관은 물론 군납업체 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한 경험은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김=군은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 줬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함께 경험하며 사건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게 됐고, 디지털포렌식이라는 전문성까지 더해졌죠. 이 덕에 로펌 업무 현장에서 ‘처음 해 보는 일’이라는 느낌보다 여러 번 경험한 상황을 다시 마주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 군과 로펌의 문화 차이를 극복한 비법은. 

신=군은 ‘지시’ 중심, 로펌은 ‘협업’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업무는 비슷해 적응하는 게 수월했습니다.

장=군은 ‘완결성’, 로펌은 ‘결과’에 집중합니다. 수동적인 실행자에서 능동적인 전략가로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현장 흐름을 읽어 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군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다면 로펌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차 적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두 환경에서의 경험이 서로 보완된다고 느낍니다. 군에서 배운 체계적인 업무 수행 능력과 로펌에서 요구되는 자율성·추진력이 결합하면서 보다 균형 있게 일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 부사관의 민간 진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신=이제 부사관도 ‘기능적 숙련가’를 넘어 ‘특수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대입니다. 방산·수사·인사 등 군에서 쌓은 실무 경험이 많은 기업이나 로펌에 필요한 영역이 됐죠. 군 경력을 단순히 복무로 보지 마시고 커리어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분야 자격증 취득은 물론 최신 추세를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군에서 한 일이 사회에서 어떻게 가치 있게 쓰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담당 변호사의 법리 검토 이외에 현장 생리를 정확하게 아는 현장실무형 전문위원으로서 대형 로펌에 발을 내딛게 됐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많은 이가 희망하는 방산 분야 진출을 위해선 업체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엔드유저(End-User)이자 기술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김=군에서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은 특정 조직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봅니다. 부사관들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책임감과 문제 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민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내가 걷고 있는 길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꾸준히 경험을 쌓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며 전문성을 발전시킨다면 진로의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전직 지원 관련 제도적 보완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신=군 전문성을 민간과 연결하는 시스템이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군에서 쌓은 고도의 전문성이 사장되지 않도록 실무 중심의 재취업교육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됐으면 합니다.

장=전역을 앞둔 이들에게 전달되는 전직 지원교육 안내사항에 아쉬움이 큽니다. 많은 이가 ‘언젠가, 어디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자격증 취득과 이론교육에 귀한 시간을 쏟고 있어서입니다. 취업이라는 최종 목적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받는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역을 앞둔 이들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주지 못합니다.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먼저 매칭(가취업)하고 그 기업에 꼭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김=전문성을 갖춘 부사관이 많아질수록 조직 전체의 경쟁력도 향상됩니다. 더 체계적이고 폭넓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임무 수행과 병행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전문성을 키워 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입니다. 단순히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기보다 조직 차원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훨씬 많은 부사관이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 후배 부사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전역은 단절이 아니라 확장입니다. 군 경력은 생각보다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은 사회에서도 반드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산입니다. ‘나는 군인이었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일을 했던 군인이었다’로 설명해야 합니다. 전역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과 방법으로 다가옵니다.

장=전역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건 마음 편한 일은 아닐 겁니다. 좁은 취업 문 앞에서 많은 이가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기술직 자격증 취득에 매진합니다. 막상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 자격증은 있지만 경력이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에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곤 합니다.

우리는 이미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통신·정비·수송·보급·보안·수사 등에서 수만 번 반복하며 숙달된 장비 운용, 유지·보수, 보안 등의 능력은 어느 조직에서도 통합니다. 자기 경력을 군 내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민간 기업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경력자입니다. 당당하게 문을 두드리십시오.

김=국내외 위탁교육, 전문교육과정, 대학·대학원 학위 취득까지 본인이 의지를 갖고 준비한다면 도전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열려 있습니다. 저 역시 부사관 임관 후 법학 학사, 범죄수사학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하기까지 꾸준히 준비해 왔고 대내외 위탁교육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현역 시절 서울대에서 판사와 검사,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고 올해부터는 글로벌사이버대 경찰과학수사학과 특임교수로 강의도 준비 중입니다. 지금의 저는 어느 한 번의 계기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군 생활 동안 쌓아 온 작은 준비들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준비한다고 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경험을 쌓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준비가 기회와 연결되는 시점이 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별한 출발이 아니라 ‘꾸준함’입니다.


김영훈 변호사
김영훈 변호사


“군 경험·네트워크, 로펌도 따라오기 어려워”


“탁월한 열정과 전문성, 인적 네트워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회사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군사법과 방산을 넘어 군 관련 다양한 법률지원사업에서도 이들이 최고 적임자입니다.”


준사관·부사관 출신 전문위원들을 영입한 세종 방산·국방팀장 김영훈 변호사는 군 경력 인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 역시 군 출신이다. 2008년 사법시험 출신 최초로 공군 장기 군법무관으로 임관한 그는 군사법원 군판사, 공군 고등검찰부장, 군사법원 국선변호부장 등 군 내 주요 사법 직책을 두루 거쳤다. 2022년 초대 공군 검찰단장에 임명되는 동시에 육·해·공군 통틀어 최연소 대령으로 진급했다. 이후 국방부 차세대 군사법체계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전역해 세종에 합류했다.


그는 군 출신 수사관의 강점을 거듭 강조했다. 단순한 경력을 넘어선 실무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군 관련 수사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는 대형 로펌에서도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며 “군사건 처리절차의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와 방산 관련 용어나 제도는 다른 전문가나 판사에게도 낯선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의 의미를 묻자 그는 군 경력 인재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 변화부터 짚었다. 김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바쁘고 치열한 만큼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자 많은 이가 선망하는 직장”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신분이나 계급과 관계없이 군 경력 인재가 주목받고, 부사관의 로펌 진출이 더 이상 예외가 아닌 현실이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변화가 군 인력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군 역시 최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연금이나 처우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은 사례가 우수 인재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인재 영입계획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인재 영입 신봉론자”라며 “스티브 잡스 역시 성공의 상당 부분이 ‘A급 인재’를 찾아다닌 데서 비롯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군사법과 방산 분야에서 전문성과 태도, 대인관계를 두루 갖춘 인재라면 누구든지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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