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산정 체계 지역별 차등 필수
직영·민간위탁 차이점도 반영해야
물가 연동 시스템 등 부재도 아쉬움
‘지능형 급식 예산체계’ 전환 바람직
“밥은 먹을 만해?”
3년 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아들과의 첫 통화에서 필자가 건넨 말이다. 전공이 전공인 만큼 급식에 대한 궁금증이 컸지만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다.
사실 군에서 급식이 갖는 의미는 무기만큼이나 특별하다. 장병의 건강과 사기, 나아가 전투력과 직결되는 국가 안보의 기초 인프라인 까닭에서다. 더군다나 단조로운 군 생활에서 ‘먹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생각해 보면 그 비중은 묵직하다 못해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니까 참으라”는 식의 논리만으로 MZ세대 장병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위탁급식 도입, 복수 메뉴 제공, 일품요리 도입 등 국방부의 활발한 개선 정책이 반갑다. 군 급식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관심이 늦게나마 확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급식비 산정 체계의 현실 반영이 시급한 이유다.
현재 군급식은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단가 체계라는 낡은 틀에 묶여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전국 동일 단가’다. 수도권과 지방, 도서·산간 지역 식자재 가격과 물류비는 절대 같지 않다. 특히 신선 식재료는 운송 거리와 보관 조건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동일 단가를 적용하면 외진 곳일수록 식재료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원도 최전방 부대와 서울 도심 부대의 조달 조건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농산물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별 물가와 수급 현황을 반영한 ‘차등 단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최근 정책적으로 도입 및 확대되는 군 위탁급식 역시 현재의 급식비 체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직영 군 급식소는 기본급식비 전액이 식재료비로 투입되고 인건비·시설비 등은 별도 예산으로 처리되지만 민간위탁 급식소는 기본급식비로 인건비·관리비·이윤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직영급식 대비 식재료비가 잠식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영과 위탁의 차이를 인정하는 별도의 급식비 산정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민간의 전문성을 통해 급식 질을 향상하려 도입한 위탁급식은 도리어 부실 급식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식수 인원, 즉 부대 규모까지 반영한 단가 체계도 세분화돼야 한다. 급식비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당장은 위탁급식 도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위탁 급식 사업보조비’를 신설하는 것이라도 꼭 필요한 조치다.
물가 연동 시스템의 부재 역시 문제다. 2016년 7334원이던 군급식 단가는 2026년 1만4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숫자만 보면 충분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물가와 연동된 체계적인 기준은 보이지 않는다. 2022년 1만1000원에서 2023년 1만3000원으로 급등한 뒤 동결되다가 다시 인상된 점이나 인상 금액이 정교한 산출 근거 없이 천 단위로 끊기는 점을 보면 체계의 부재가 읽힌다.
이제는 획일적 평균 단가를 넘어 현실에 기반한 정교한 급식 재정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즉, 물가와 지역, 운영 방식의 차이를 반영한 ‘지능형 급식 예산체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물가 연동제’를 통해 구매력을 보존하고, 지역별·운영방식별로 ‘단가 다층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급식 혁신이다.
심각한 논의를 펼치다 보니 깜박할 뻔했다. 전화 속 아들의 답은 “정말 맛있어”였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해 온 국방부와 현장의 헌신 덕분에 군 급식은 분명 나아지고 있다. 이제 그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견고한 제도적 설계를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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