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군 복무 17년 차를 맞았다. 소대부터 군단까지 창끝 현장의 땀방울과 정책 부서의 고뇌를 모두 겪으며 얻은 결론은 하나다. 대한민국 국방력이 세계 5위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외형적 성장을 이룬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가 아니라 ‘전투원의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시키느냐’는 내실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최근 이란·미국 간 충돌에서 보이듯, 현대전의 양상은 가히 파괴적이다. 눈 깜짝할 새 날아든 드론 한 대가 수조 원대 주요 무기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한다. 전술의 성패가 ‘수 분’이 아닌 ‘수 초’ 내에 결정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 전쟁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전장의 흐름은 사회적 트렌드 중 하나인 ‘분초사회(分秒社會)’와도 맞닿아 있다. 1분1초가 생존을 가르는 긴박한 전장에서 우리 창끝부대 장병들의 소중한 에너지가 비효율적 업무와 불필요한 관행에 묶여 있다면 그것은 이미 승리에서 멀어진 길이다. 업무 효율화를 통해 행정의 유연함이 창끝부대의 전투 집중도를 완성할 때 우리의 국방력 5위는 숫자를 넘어 적을 압도하는 진짜 실력이 될 것이다.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우리 사단은 지난달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행정예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흔히 법과 규정은 장병들을 제약하는 딱딱한 틀로 여겨지기 쉽지만 사단 인사계획장교로서 내가 마주하는 각종 규정은 단순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이 아니다. 오히려 창끝부대 간부들이 복잡한 행정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주는 ‘보호막’이자 본연의 임무인 전투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게 시간을 보장해 주는 공식적인 ‘약속’이다.
사단장님께서는 손자병법의 구절을 빌려 ‘적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無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也·무시기불래 시오유이대야)’의 가르침을 늘 강조하신다. 유비무환의 정신은 결국 전투에만 집중하는 ‘몰입의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사단에서 운용 중인 ‘백두 지식In’ 통합 게시판은 그 실천의 장이다. 현장의 고충을 게시글로 올리면 사단 참모 부서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별도의 복잡한 행정 절차 없이 원스톱으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행정이 부대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창날을 날카롭게 벼려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믿음이 담긴 결과다.
법의 날을 맞아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키는 규정이 창끝부대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가, 아니면 뺏고 있는가. 간소화된 행정의 자리가 오직 전투에만 몰입하는 ‘결전의 시간’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늘 승리하는 진정한 강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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