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는 힘이 든다

입력 2026. 04. 23   16:06
업데이트 2026. 04. 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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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는 생각보다 힘들다. 긴장되고 어렵다는 심리적 차원을 넘어 신체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뇌는 포도당과 산소를 태우고, 근육은 성대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횡격막과 복근의 지속적인 수축을 일으켜 평소보다 산소 섭취량을 20~30% 이상 증가시킨다.

특정 활동을 할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양을 측정하는 단위, METs(Metabolic Equivalent of Task·대사 당량)는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운 상태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대사율을 1MET로 삼는다. 친밀한 사람과 조용히 대화를 나눌 때와 긴장된 상태로 보고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가 확연히 다르겠으나, 말할 때 우리는 1.5~2.3METs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는 앉아서 책을 보는 것(1.3 METs)보다 높고, 시속 3㎞ 정도로 천천히 걷는 신체 활동량(2.0~2.5 METs)과 맞먹는다.

뇌의 인지적 에너지 소모도 크다. 실제로 말을 밖으로 내뱉는 과정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때보다 뇌 신경계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깨우며 산소 대사량을 높인다. 특히 사회적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의 말하기는 “내가 지금 적절한 단어를 쓰고 있는가?” “청중의 표정이 왜 저렇지?”같은 고도의 멀티태스킹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며, 뇌의 사령탑이라 하는 전두엽이 평소보다 2~3배 더 빠르게 당분을 태우며 한껏 가동된다.

이토록 에너지가 많이 드는 말하기를 우리는 너무 ‘쉬운 일’로 오해하곤 한다. 그래서 공적 상황에서 심박수가 치솟거나 말을 마친 후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면 이를 자신의 역량 부족이나 성격적 결함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말 못 하는 사람’이라는 틀에 가둔다.

그러나 이는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호르몬과 에너지 대사의 결과물이다. 말하기가 힘든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공격을 받는 일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말하기는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일이기에 심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때라면 공적으로는 오히려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 중요한 발표나 깊은 대화를 앞두고 있다면 불안함에 나를 가두지 말고 적정한 몸 상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심박수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깊은 호흡을 하거나 뇌가 실시간으로 태우는 포도당을 보충해 인지적으로 유연할 수 있도록 바나나 한 조각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대사율이 올라가고 체온이 상승해 점막이 빨리 마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연소 시스템을 식혀줄 이른바 ‘냉각수’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 ‘힘든 활동’을 해낼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공적 말하기의 부담감과 피로를 느끼는 것을 당신이 그 자리에서 ‘공적 존재’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야 한다. 자신의 발언이 공동체와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심하고, 더 적절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뇌가 치열하게 일하고 있기에 몸이 고된 것이다. 그 힘겨운 일을 당신은 지금껏 잘해왔다. 이제 그 피로를 두려워하거나 자책의 근거로 삼지 말자. 말하기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스스로를 점검하며 훈련하면 될 일이다.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정연주 공적말하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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