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병영차트 - 내 군 생활에 ‘밥심’이 된 책
군 생활 가장 힘이 된… 책에서 답을 찾아
소설·역사부터 힐링도서 섭렵 몸과 마음 단련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식사는 우리 몸을 튼튼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마음까지 건강하게 만들려면 소화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마음의 양식’으로 불리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군 장병들은 이 마음의 양식을 꾸준하게 섭취하고 있을까? 국방홍보원 국방일보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현역 장병 1041명을 대상으로 ‘내 군 생활에 힘이 된 책’과 ‘만나고 싶은 저자(작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국방일보 인트라넷(국방망) 설문시스템을 통한 의견수렴 방식으로 이뤄졌다. 꾸준한 체력단련과 실전 같은 훈련으로 다져진 우리 국군 장병들은 마음과 정신을 단련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과 작가를 향한 관심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며 병영 내 독서문화가 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배지열기자/사진=국방일보 DB·교보문고
인간관계를 향한 고민, 책에서 답 찾는 장병들
군문에 들어선 순간,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지내게 될지 알 수 없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앞으로 계속 마주해야 하는 관계 속에서 다시 잘 지내기 위해 고민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이때 장병들이 답을 찾기 위해 집어 드는 것, 바로 ‘책’이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병들은 ‘내 군 생활에 가장 힘이 된 책’을 묻는 질문에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을 가장 많이 꼽았다. 1위는 『미움받을 용기』(4%)가 차지했다. 2014년 발간돼 역대 최장기(51주)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책은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 집필했다. 인간관계와 자기계발,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다.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을 통해 타인의 평가와 사회적 압박에 민감한 현대인에게 자유와 자기 주도적인 삶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는 메시지로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얻으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공군19전투비행단 노○○ 병장은 “군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신경 쓰게 되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 이 책을 통해 내가 해야 할 일과 나의 책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후 주변 평가에 흔들리기보다는 맡은 임무에 성실히 임하려 노력했고, 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 소중한 책’이라고 운을 뗀 육군55보병사단 정○○ 하사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라는 점을 배웠다”며 “그 덕분에 군 생활에서도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위에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2.4%)이 올랐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완벽히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실생활에 적용하며 도움을 받았다는 장병들의 경험담이 눈길을 끌었다.
공군2미사일방어여단 조○○ 상병은 “도서관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됐는데, 많은 내용이 피가 되고 살이 됐다”며 “선임에게는 미소로 대하고, 지적받을 때도 단순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후임에게는 최대한 간접적으로 조언하고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우리 부대는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군21보병사단 임○○ 상병은 “일과가 끝난 후 생활관에서 ‘오늘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말을 건네기 시작했는데 다른 전우도 함께 따라 하며 우리 생활관의 작은 문화가 됐다”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3위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1.4%)이었다. 평소 비슷한 일과를 소화하는 군대 특성상, 생활 습관을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할지에 대한 장병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군10전투비행단 허○○ 하사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군 생활에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거창한 목표 대신 아주 작은 습관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매일 출근 전 10분 책 읽기, 일과 후 턱걸이 5개 하기와 같은 작은 습관이 모여 일상에 활력을 주고, 하루하루를 단순히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외에 『데미안』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소설류와 『죽음의 수용소에서』 같은 역사 기반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자몽살구클럽』등 청년들의 걱정과 고민을 위로하는 ‘힐링도서’까지 다양한 작품이 언급됐다.
최초 노벨문학상의 위엄! 보고 싶은 ‘한강’ 작가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아시아인이자 한국인 여성 최초 수상자로 이름을 남긴 한강 작가. 역사적인 성과에 군 장병들도 크게 호응했다. ‘찾아가는 북콘서트에서 만나고 싶은 저자(작가)’를 묻는 질문에 한강 작가(12.2%)가 1위를 꿰찬 것.
장병들은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한강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육군1군단 남○○ 병장은 “노벨상을 받은 만큼 한국 문학계의 거장이 됐고, 최근에 작품도 감명 깊게 읽어 꼭 만나뵙고 싶다”고 말했다.
공군8전투비행단 최○○ 병장은 “스타 작가님이 부대를 방문하면 장병들의 독서에 대한 열망이 더 불타오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작가의 생각과 작품세계를 직접 듣고 싶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박○○ 상병은 “노벨상 수상 이후 육군본부 전자도서관에 한강 작가님의 책이 많이 비치되면서 여러 책을 읽어보게 됐다”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의 문체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에 존경심을 가지게 돼 직접 만나 뵙고 그 철학과 생각을 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2위는 베스트셀러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오며 이름을 알린 김영하 작가(3.8%)가 차지했다. 북콘서트 등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교류해온 만큼 군 장병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답변이 줄을 이었다.
계룡대근무지원단 노○○ 상병은 “김영하 작가님의 부모님 역시 군인이었고 본인도 육군 병사로 군 복무했으니 누구보다 군인에 대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장병들에게 친숙한 작가인 만큼 북콘서트 참여도도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 홍○○ 상병은 “특유의 통찰력과 위트로 무거운 주제도 흥미롭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며 “군 생활 중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와의 단절감에 대해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조언도 해주실 것 같아 꼭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 3위(2.3%)에는 김훈 작가와 나태주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육군25보병사단 김○○ 상병은 “김훈 작가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전쟁과 역사 서술은 군인으로서 겪는 현실과 감정을 정확히 짚어준다”며 “직접 만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인간과 역사에 대해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육군종합군수학교 전○○ 군무주무관은 나태주 시인에 대해 “따뜻한 문장으로 장병과 군무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강의가 될 것”이라며 “어렵게 느껴지는 시를 보다 쉽게 접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방일보 병영차트는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해 장병들의 의견을 듣고 순위를 매겨보는 소통·참여형 국방 콘텐츠다. 설문 결과는 국방일보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 공식 뉴미디어 채널 등에서 기사·영상·카드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나볼 수 있다.
병영독서 활성화 위한 구호·캐치프레이즈
'도파민보단 독(讀)파민'
독서로 분출되는 독파민 통해 건강한 만족감과 자극을…
이번 설문에서는 ‘병영독서 활성화를 위한 멋진 구호와 캐치프레이즈’도 제안받았다. 국방부 정신전력정책과 주관으로 진행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장병들의 독서에 관한 관심과 열기를 한데 모아줄 우수작을 선정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의 향연 속 심사숙고 끝에 정해진 ‘최우수’는 ‘도파민보단 독(讀)파민’이 차지했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기분이 좋거나 짜릿한 느낌을 주는 상황을 흔히 ‘도파민이 솟아난다’고 표현하는 것에 착안해 ‘독서를 통한 도파민’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讀)파민’이란 참신한 단어를 제시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캐치프레이즈를 제안한 해군기동함대사령부 제주기지전대 근무지원대 군악대 소속 민태향 일병은 “최근 대두되는 문제로 과도한 숏폼 중독, 도파민 중독이라고도 부르는 문제가 있다”며 “독서로 분출되는 독파민을 통해 건강한 만족감과 자극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자 제안했다”고 밝혔다.
‘우수’에는 ‘총으로 지키고 책으로 성장한다’가 올랐다. 해군본부 인사참모부 송승익 소령이 내놓은 아이디어로 군인이 갖춰야 할 신체적, 정신적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해 호평을 끌어냈다.
‘장려’는 육군사관학교 황이현 군무주무관이 제안한 ‘다독다독 많이 읽고 마음도 다독이고’가 선정됐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의미의 ‘다독(多讀)’과 위로하거나 달랠 때 쓰는 ‘다독이다’를 함께 활용해 운율감과 창의성을 뽐냈다.
이외에 ‘읽는 장병이 강한 병영을 만든다!’ ‘강한 군인은 훈련으로 만들어지고, 위대한 군인은 독서로 완성된다.’ ‘훈련으로 육체단련! 독서로 지력단련! 내가 바로 특급전사!’ 등 기발한 문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캐치프레이즈를 병영독서 활성화 캠페인과 홍보물 제작 등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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