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11기동사단 투호대대 유해발굴작전 현장

입력 2026. 04. 22   17:31
업데이트 2026. 04. 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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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흙에서 별이 되다… 선배들의 헌신
청춘 흙에서 별을 찾다 … 후배들의 약속

금물산 산자락 꼬박 1시간 오르자 땀이 뻘뻘
“여기 유해 있습니다” 짧은 외침에 일순간 모두 진지
뼛조각 하나까지도…이름 없이 묻힌 영웅 찾기 위해
흙 걷어내고 확인·수습 반복된 작업 매 순간 최선

고(故) 유제용·하창규 일병. 두 호국영웅은 국군 8사단 10연대 소속으로 1951년 2월 횡성전투에 참전했다. 혹한 속 산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중공군과 혈전이 벌어졌다. 10연대 연대장을 비롯해 지휘부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실종될 만큼 처절한 사투였다. 전사·실종자 명단에 올랐던 두 사람은 올해 초 7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육군11기동사단이 지난해 금물산 일대에서 호국영웅의 유해를 수습했고,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하면서다. 사단과 국유단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유해발굴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21일 강원 홍천군 남면 금물산에서 육군11기동사단 투호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작전을 하고 있다.
21일 강원 홍천군 남면 금물산에서 육군11기동사단 투호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작전을 하고 있다.


21일 강원 홍천군 남면 금물산. 봄기운이 내려앉은 산자락은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다. 유해발굴작전이 이뤄지는 정상까지 향하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미끄러운 경사로를 따라 1시간을 꼬박 오른 뒤에야 장병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장병들은 손보다 삽을 먼저 내밀었다. 차가운 흙 속에 잠든 선배 전우를 다시 세상으로 모시기 위한 작업은 조용하고 신중하게 이어졌다.

국유단과 사단 투호대대는 지난달 23일부터 이곳 금물산에서 유해발굴작전을 펼치고 있다. 매일 왕복 2시간씩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고된 하루의 연속이지만 힘든 표정 없이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작전에 임하고 있다.


마침 이날 유해발굴 현장에는 6·25 전사자의 것으로 감식된 유해 1구의 노출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병들은 약 2.5m 크기의 정사각형 구획을 기준으로 외곽부터 흙을 걷어 냈다. 작업은 점점 조심스러워졌고, 어느 순간부터 도구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여기 추가 유해가 있습니다.”

작업 중이던 장병의 짧은 외침에 주변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유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식별되자 현장은 정밀 노출작업으로 전환됐다. 유해 주변의 흙은 한 줌씩 걷어 내듯이 제거됐다. 작은 뼛조각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장병들은 숨을 고르듯 천천히 작업을 이어 갔다.

 

 

발굴 중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는 모습.
발굴 중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는 모습.

 

유해 추정 물체를 확인하고 있다.
유해 추정 물체를 확인하고 있다.

 

유해를 담은 관에 태극기를 감싸는 모습.
유해를 담은 관에 태극기를 감싸는 모습.

 

호국영웅을 임시봉안소로 봉송하고 있다.
호국영웅을 임시봉안소로 봉송하고 있다.



유해발굴작전에선 같은 방식의 작업이 수주간 반복된다. 하지만 매 순간이 결코 동일하지 않다. 흙을 걷어 내고, 유해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수습하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에 장병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투호대대 장병들 가운데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이가 많다. 큰할아버지가 6·25전쟁에서 전사한 박재현 상병, 자신이 발굴한 유해를 임시봉안식에서 직접 운구한 신지호 상병 등이 대표적이다. 신 상병은 “삽으로 흙을 파던 중 나뭇가지와 다르다고 느껴지는 물체를 발견했고, 정강이뼈로 확인된 순간 유해를 발굴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며 “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유해발굴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보지 못한 이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대한민국의 봄을 이젠 저희가 온 힘을 다해 지켜 내겠습니다. 75년 전 당신이 그러하셨듯, 우리 또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헌신할 것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대대는 유해발굴작전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매일 아침 ‘후배들의 약속’을 제창하고 있다. 선배 전우를 향한 편지들 안에는 장병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유해발굴작전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이름 없이 산야에 묻힌 호국영웅에게 이름을 되찾아 주는 과정이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와 맺은 약속이기도 하다.

대대는 장병들의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오는 30일까지 유해발굴작전을 이어 가며 호국영웅을 조국의 품으로 모시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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