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후 한국 국방의 과제

입력 2026. 04. 19   15:49
업데이트 2026. 04. 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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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긴장 해소 많은 시간 필요
한미동맹 재조정 능동적 대응해야
K방산 IAMD 사업 진출 적극 추진
AI 적용 군사작전 주저해선 안 돼

전략적 동시성의 시대다. 이란의 임박한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시작된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은 전 세계에 두 개의 거대한 전선을 형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해 ‘평화 프레임워크’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평화구상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중재국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러시아에 이어 미국마저 전쟁 대열에 합류하면서 ‘강대국 전쟁 시대’가 본격화하고, 국제질서는 문명사적 혼돈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동전쟁의 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압도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 세계 성장률 하방 압력 등 경제 충격이 있었지만 단기 조정 국면으로 수렴된 측면이 컸다. 반면 중동전쟁은 성격이 다르다. 세계은행(WB)을 비롯한 글로벌 컨센서스는 이번 사태로 세계 성장률이 기존 3.1%에서 2%대 초반까지 둔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에서 항행의 자유가 지속적으로 제약될 경우 원유·물류비용 상승이 에너지와 석유화학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공급망 위기가 구조화할 위험이 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미국 역시 이란 침공으로 자초한 중동발 경제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군이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통상 60일로 제한된다. 적대세력이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의 역풍에 직면한 만큼 미 의회가 ‘무력사용승인법(AUMF)’을 처리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440㎏의 농축 우라늄 전량 회수 요구 대신 향후 20년간 핵 프로그램 동결과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결합한 종전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내 이란과 종전협상을 타결하고 승리를 선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전한 종식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과 러시아가 협상에 관여할 경우 미국의 주도권은 약화되고, 협상 과정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저항의 축’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를 고수할 경우 미국의 종전구상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공급망 충격에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여기에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명분으로 다국적 연합 해상작전 참가를 동맹국에 요구하면서 동맹 연루와 방기의 이중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고 있다.

한편 이번 중동전쟁에서는 한국산 방공무기 ‘천궁Ⅱ’의 실전 성능이 확인됐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천궁Ⅱ는 90% 이상의 요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국산 중거리 방공체계가 실제 교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중동전쟁이 종식되더라도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국·프랑스가 전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동맹 및 유사입장국과의 다국적 해상 연합작전을 모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한국 역시 종전 이후 예상되는 국제질서의 변동과 한미동맹의 재조정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결합한 이른바 ‘물귀신 공격’에 각국 단위의 방공작전으로 대응했다. 이는 그간 미국의 억제력에 의존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GCC 내부에서는 통합방공·미사일방어망(IAMD)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K방산의 신뢰성이 입증된 만큼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IAMD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공급망 위기 대응과 전략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군사작전에서 인공지능(AI)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에 압도적 공중작전으로 이란의 핵심 표적을 공략했다. 이는 AI의 군사적 이용이 집대성된 결과로 중동전쟁은 AI 기반 전쟁 양상의 가속을 예고한다. 군사보안을 이유로 군사작전에 AI 적용을 주저해선 안 된다. 거대한 두 개의 전선, 동맹의 연루와 방기 딜레마, 군사·경제안보의 결합이라는 전략적 동시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혁신적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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