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양 패권의 흐름 왜 호르무즈인가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

입력 2026. 04. 15   17:06
업데이트 2026. 04. 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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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힘의 대결 무대는 ‘바다’ 
전 세계 교역 90% 차지하는 바닷길
중동전쟁으로 해상 요충지 가치 재조명
단순 항로 넘어 ‘무력충돌의 장’ 급부상
21곳 흑해·남중국해 등 한눈에
생생한 사진·지도로 지정학적 맥락 설명
해양 지배력 강화 위한 강대국 전략 담아
요충지 장악 따른 세계 권력 변화도 살펴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2 / 에밀리 오브리·프랭크 테타르 지음 / 이수진 옮김 / 사이 펴냄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2 / 에밀리 오브리·프랭크 테타르 지음 / 이수진 옮김 / 사이 펴냄



중동전쟁 여파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교역의 90%가 선박을 통해 이뤄진다는, 항로 출입을 좌우하는 해상 요충지가 핵심 전략지역이란 사실을 이번 기회에 전 세계인이 뼈저리게 되새기고 있다.

신간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2』는 경쟁과 대립, 갈등을 반복하며 21세기 최고의 지정학적 격전지로 떠오른 전 세계 21곳의 해협과 바닷길을 지도와 사진으로 보여 준다.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해 남중국해, 흑해, 대만해협, 홍해, 발트해, 카스피해 등 비교적 친숙한 바닷길 외에도 아조프해, 케르겔렌제도 등 생소한 곳도 그 대상이다.

전 세계 운하와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닌 ‘바다의 빗장’이자 전략적 요충지가 되고 있다. 책 서문 제목대로 21세기 ‘힘의 대결’이 바다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배 한 척이 운송하는 물량이 100년 전보다 100배 늘었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이제 바다는 ‘무력충돌의 장’이자 사실상 ‘전쟁터’가 돼 버렸다. 호르무즈해협이 가장 뚜렷한 증거다.

저자는 20세기 운하와 해협 봉쇄로 일어난 전쟁도 다루고 있다. 1956년 7월 가말 압델 나세르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수에즈운하 국유화 선언은 서방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1967년 홍해와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티란해협이 봉쇄되자 3차 중동전쟁을 일으키며 이집트를 선제 공격했다. 그러자 이집트는 8년간 수에즈운하를 봉쇄해 버렸다.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고 성능 좋은 쇄빙선이 개발되면서 북극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독자들의 이해도를 돕기 위해 ‘도감’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풍부한 지도를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지도 속 국가들의 항만 처리 물동량, 역사 흐름에 따른 영토 변화, 해상 항로, 주요 공군기지와 레이다 위치 등은 아름다운 지도와 함께 치밀하게 표기돼 책의 흡입력을 높인다. 참고로 저자는 프랑스에서 9년째 매주 토요일 저녁 아르떼(Arte) TV에서 방송되는 지정학 프로그램 ‘지도의 이면’ 진행과 총괄책임을 맡은 저널리스트다.


전 세계로 유통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한 페르시아만. 이곳의 출입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양 통로로 전략적 빗장 역할을 한다. 이 지역의 해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진=사이
전 세계로 유통되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한 페르시아만. 이곳의 출입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양 통로로 전략적 빗장 역할을 한다. 이 지역의 해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진=사이



책에선 강대국과 바다·해협을 끼고 있는 나라들이 그 지역을 장악하고자 무슨 전략을 펴는지, 그들에게 바다와 해협이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룬다. 그 중요성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의 98%가 해저 케이블로 오간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지금은 물론 다가올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광활한 바다에서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에서는 이웃 나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해양 지배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들고 나온다는 점도 다룬다. 시 주석 체제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야망이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펼쳐지는 곳이 바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년 사이 해군 예산을 8배나 늘리며 눈부신 속도로 전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미국도 우위를 유지하고자 해군력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피지에 이르기까지 남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회랑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에 맞서 미국이 오세아니아에서 활동을 강화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졌던 카리브해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변화를 겪고 있다. 실제 군사전략가들은 서구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바다에서 우위를 점해야 중국을 계속 견제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바다와 해협은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이후 프랑스 대통령이 된 샤를 드골 장군에게 했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명심하세요. 광활한 대양과 당신들(유럽 대륙)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우리는 언제나 대양을 택할 겁니다.” 최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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