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이 행복으로… “어쩔 수 없었던 부상<負傷>, 의료안전 지키는 부상<副賞>되었죠”

입력 2026. 04. 13   17:24
업데이트 2026. 04.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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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30.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

훈련 중 부상 아쉽게 전역 결심
제대군인지원센터 찾아 상담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종 합격
제대군인 멘토 등 대외활동에 활발
“시야 넓히면 선택지 많아져” 조언도

 

인터뷰하는 내내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해맑음에 눈이 부시기도 했지만, 시력을 잃은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가 더 크다. 일반전초(GOP) 부대 중대장 시절 작전 중 부상으로 한쪽 시력을 잃었다. 결국 군과 헤어질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언약한 아내와 같은 직장을 다니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개채용에 합격해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업무를 담당 중인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자들의 국민 의료보장을 위한 심사업무와 더불어 제대군인 멘토로서 후배들의 사회 복귀도 돕고 있다는 그를 원주 본원에서 만났다. 정리=맹수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 중인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가 책을 든 채 미소 짓고 있다. 보훈부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근무 중인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가 책을 든 채 미소 짓고 있다. 보훈부 제공

 


진심! 사람을 대하는 기본

대전청소년참여위원회 교육팀장, 2개의 동아리 회장, 전교학생회장, 전국청소년특별회의 부의장. 고등학교 시절 윤 예비역 육군대위의 활동 이력이다. 대학에선 영어교육과와 국제금융공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동아리 회장을 맡았고, 경제교육 봉사단체를 창단해 디지털 플랫폼·교과서 제작, 초등학생·대학생 경제교육 봉사활동 등을 했다. 대학생 재무설계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학군사관후보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했다.

임관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갔다. 군 인권 서포터즈 활동과 각종 경연대회 입상은 물론 『전술기초 길라잡이』라는 소부대 훈련서를 집필해 전군에 보급했다. 덕분에 국방TV(현 KFN TV) ‘병영의 달인’에 소부대 전투기술 전문가로도 소개됐다.

학창 시절부터 보여 준 그의 열정은 보병학교 교관을 하면서 빛을 발했다. 부대의 배려와 당시 교육단장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경연대회 참가와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다. 미래의 불안감을 확신으로 바꾸며 박사학위 과정에 도전했다. 그래서 그는 교육단장을 자신의 나침반 같은 사람으로 여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가르침은 사람을 대하는 진심입니다.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큰 귀감이 됐습니다.” 학생으로서, 지휘자로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있었다.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가 군 생활 시절 부대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가 군 생활 시절 부대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가슴 벅찬 기억 ‘독수리중대’ 


최전방인 강원 철원군에서 100여 명의 부하를 지휘하던 중대장 시절. 그는 최전방 사수라는 막중한 임무와 중대원들의 행복한 군 생활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에 며칠 밤을 지새우며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군 생활 중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중대원들과 같이 목표를 향해 달렸던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장 가슴 벅찬 기억입니다.”

부임 초기 중대는 거듭된 지원업무로 사기가 저하된 상태였다. 그런 중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함께 부를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대를 ‘독수리중대’라고 명명했다. 이어 독수리전당을 조성하고 중대 티셔츠를 제작해 입혔다. ‘독수리 챌린지’라는 단합대회도 열어 소속감과 자부심을 일깨웠다.

중대가 변화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음이 하나로 모이자 모든 훈련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군단 전투력 우수중대’ ‘사단 중대 전투력 1위’라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소부대 전투기술 전문가로 선정됐다.


힘들었던 헤어질 결심 

탄탄하기만 했던 군 생활. 그러나 예상치 않게 군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만 했다. 훈련 중 한쪽 눈의 시력이 손상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군병원에서 반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모든 면에서 인정받아 온 군인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원활한 군 생활이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의 끝은 전역이었다. “막막한 앞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2주 동안 제주도 걷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결국 군 생활로 5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내와 함께하는 삶을 살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방향을 정하고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를 찾아간 그는 상담을 받으면서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먼저 파악했다. 센터의 자격증 강의와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실전 역량을 쌓았다. 무엇보다 구직기간 지원받은 전직지원금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취업 준비에 집중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준비를 마친 그는 10여 곳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채용공고에 있는 직무를 분석하고 요구되는 자격증과 직무 전문성 증명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기관 특성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서류가 통과되고 필기 평가에선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전공시험을 병행해 치렀다. 마지막 면접전형은 인성과 PT, 토론면접으로 문제 해결력과 협업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았다.

결국 최종 4곳에서 합격통지를 받았고, 아내와 더불어 근무할 수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선택해 주임 직급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했다.

 

 

2026년 강원서부보훈지청 제대군인 멘토로 위촉된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
2026년 강원서부보훈지청 제대군인 멘토로 위촉된 윤석영 예비역 육군대위.



아내와 함께 다시 걷는 길

“불운이 행복으로 전화위복된 것 같습니다. 결혼 후 줄곧 떨어져 지냈는데, 신께서 이젠 더 이상 떨어져 살지 말라고 부상(負傷)을 주신 뒤 아내와 같이 국민의 의료 안전을 지키는 또 다른 부상(副賞)을 주신 듯합니다.”

그는 사회 의료 안전망을 지탱하는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비를 당장 결제하지 못할 때 국가가 의료기관에 비용을 선지급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이후 환자 본인이나 상환의무자로부터 해당 비용을 상환받아 제도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돕는 이 일에서 군 복무 시절 느꼈던 사명감과 보람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불안한 후배들의 든든한 조력자 

학창 시절과 군 생활에서도 그랬듯이 그는 기본업무 외 대외활동에 열정적이다. ‘2026년 강원서부보훈지청 제대군인 멘토’가 그의 명함에 적힌 또 다른 직책이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 취업 지원 멘토로 위촉된 그는 제대군인과 전역 예정인 센터 회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대군인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정할 때 공공기관 취업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의 길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것. 본인이 경험한 전역 직후 시행착오와 막막했던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취업 경험과 실무 팁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전역을 앞두고 시야가 좁아져 사회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길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는 후배들이 방황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취업에 집중할 수 있게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군 특유 마인드셋…최고의 경쟁력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때 제일 처음 선행할 것은 ‘냉철한 자기객관화’입니다. 현재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물론 도중에 방향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방향을 바꿀 때마다 그만큼의 치열한 노력과 미래의 불안감을 감내해야 하기에 처음부터 신중하고 단단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사회에선 ‘협업의 기술’과 ‘강인한 마인드’가 큰 자산이 됩니다. 군과 사회는 전산체계부터 문서 양식, 보고법까지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노력으로 적응하면 충분히 해결되는 부분입니다. 정작 실무에서 자신을 빛나게 해 주는 것은 군 생활에서 몸에 밴 업무방식과 마인드셋입니다. 부서 간 협업 시 군에서 익힌 소통방식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군 특유의 마인드셋은 최고의 경쟁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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