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마주한 경험의 시간이 아닌
한계 넘어설 증명의 시간이 되게…
세계 우수 예비장교와 경쟁, 생도 12명 도전장…8개월간 고강도 훈련으로 담금질
도하·사격·행군 등 전투기술·임무능력 평가…10위권 목표 “정예장교 성장 도움”
전 세계 예비장교가 한자리에 모여 군사기술을 겨루는 ‘샌드허스트 경연대회(Sandhurst Competition)’가 다음 달 초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서 열린다. 올해 샌드허스트 대회에는 웨스트포인트 10개 팀, 미 학군사관후보생(ROTC) 16개 팀, 국제팀 17개 팀 등 총 48개 팀이 참가해 군사·리더십 능력을 겨룬다. 2013년부터 꾸준히 대회에 참가 중인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서도 12명의 생도가 도전장을 냈다. 웨스트포인트로 출정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 중인 육사 생도들을 만났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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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훈련장에서 힘차게 패들링
지난 3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육군7공병여단 도하훈련장. 샌드허스트 대회 참가를 앞둔 생도들이 구명조끼를 갖춰 입고 도하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자 생도들은 100㎏이 넘는 공격단정을 수상으로 옮긴 뒤 발 빠르게 탑승했다. 그리고 전방 목표지역을 향해 힘차게 패들링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훈련장 끝까지 이동한 생도들은 뱃머리를 돌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복귀했다. 공격단정에서 내리는 절차는 쏜살같이 진행됐다.
이날 생도들이 훈련한 단정도하는 샌드허스트 대회의 과제 중 하나다. 실제 대회에서는 단순히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닌 익수자 구조, 부상자 발생 같은 우발 상황이 실시간 부여된다. 이에 따라 생도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완수해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샌드허스트 대회에는 4학년 윤서진 팀장을 필두로 김대건·한재현 생도, 3학년 곽민성·박도현·박지훈·윤지훈·홍준기 생도, 2학년 강한나·김동휘·박종혁·오주은 생도 등 12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훈련 일과표에 따라 군사영어, 체력단련, 군장뜀걸음, 물자운반, 실거리 사격 등을 하며 체력과 전투기술을 길러왔다. 일반 교육과정과 병행하다 보니 다른 생도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훈련해야 했다. 고된 일과가 반복됐지만 생도들은 육군사관학교,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한계를 극복해 왔다.
생도들은 대회 출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양한 부대를 찾아 훈련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펼쳐진 단정도하 훈련도 육사 교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훈련이다. 생도들은 지난 2월에는 미2사단/한미연합사단을 찾아 미측 교관 지도 아래 총기 특수분해조립 및 실사격 등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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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예비장교가 한자리에
올해 샌드허스트 대회는 다음 달 1~2일 미 웨스트포인트 일대에서 진행된다. 각국 예비장교로 구성된 48개 참가팀은 이틀 동안 다양한 장애물을 헤쳐 나간 뒤, 16㎏가 넘는 군장을 메고 약 48㎞를 급속행군해야 한다. 장애물 통과 성적과 완주 속도 등을 기준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특히 대회는 단순한 체력 경쟁이 아닌 전술적 사고, 리더십, 팀워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공정성을 위해 사전 공개 과제와 비공개 과제로 구분해 평가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참가팀은 총기 분해결합, M4 소총 사격, M17 권총 사격, 전투부상자처치, 수류탄, 단정도하, 화생방, 무선통신, 독도법, 화력요청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전투기술과 임무수행 능력을 평가받는다.
육사는 군사외교 및 연합작전 수행능력 강화 차원에서 2013년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해 오고 있다. 매년 10여 명의 생도들이 출전해 타국의 우수한 예비장교와 경쟁하며 팀 단위 협동심과 전투기술을 향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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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출정식…美 6·25 참전용사 헌화도
육사 생도들은 이번 대회에서 10위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평가가 낯선 환경에서,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과제 외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역대 대회 우승팀은 대부분 웨스트포인트 팀 혹은 영미권 팀이었다.
그럼에도 생도들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과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개월간 흘린 땀방울이 생도들의 결의와 의지를 보여준다.
윤 팀장은 “샌드허스트 대회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 그 자체”라며 “대회 준비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팀원들과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육사 생도 시절 샌드허스트 대회를 경험하고, 현재는 생도들을 지도하고 있는 문미림 대위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대회 경험은 군인이자 정예장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며 “자신과 팀원들을 끝까지 믿고, 이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곁에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육사 생도들은 오는 15일 육군사관학교 화랑관 광장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미국으로 출국한다.
웨스트포인트에서 대회 준비, 예행연습, 본대회를 차례로 거친다. 대회를 마치면 현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 유엔본부 및 펜타곤 방문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샌드허스트 대회는
대회 이름인 ‘샌드허스트’는 사실 영국 육군사관학교의 별칭이다. 1967년 교환 장교로 웨스트포인트를 방문한 영국군 장교가 미 생도들에게 샌드허스트 명의로 ‘영국 장교의 검’을 선물한 것이 유래가 됐다. 이후 웨스트포인트 주최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샌드허스트 대회는 1975년 현재처럼 에비장교들이 군사기술을 겨루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1997년에는 캐나다 육군사관학교가 참가하면서 해외팀에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대회 규모가 차츰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로 발전했다. 올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필리핀 등 각국의 예비장교가 참가한다.
인터뷰 윤서진 4학년 생도·샌드허스트 대회 팀장
“쉼 없이 달려온 우리…함께이기에 가능하다”
“대회 준비를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온 우리 팀원들에게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부상 없이 최선을 다해 샌드허스트 여정을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서진 팀장은 대회 참가가 올해로 3번째다. 특히 지금은 팀원들을 이끄는 위치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팀장, 리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체력·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샌드허스트 대회 현장에서 팀원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샌드허스트 대회는 극한의 상황에서 팀의 능력을 평가합니다. 모든 순간이 경쟁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훈련 때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훈련을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고, 대회에서 과도한 긴장을 회피하고 침착함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저 또한 ‘순간의 감정에 꺾이지 말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며,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팀장을 비롯해 샌드허스트 대회에 출전하는 생도들은 전투체력, 어학·훈육 성적 등을 종합해 선발된 우수 자원들이다. 8개월간 이어진 훈련 기간 전투체력, 정신력, 순간 판단력, 기동 능력, 사격 능력, 단결력 등을 끌어올렸다. 출정을 앞둔 시점에는 실제 대회와 유사하게 구성한 종합훈련을 교내외에서 실시하며 과제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슬럼프 또는 기량 저하가 올 수도 있습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동기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면, 피곤함과 지침과 같은 순간의 감정에 패배하지 않고 대회의 순간과 그간의 노력을 생각하며 항상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4학년인 윤 팀장은 이번이 마지막 대회 참가다. 그만큼 성적 욕심이 날 법하지만,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고 윤 팀장은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값진 경험과 좋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본대회에서도 타국의 예비장교들과 경쟁하며 의미 있는 결과와 평생 기억할 순간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최고의 동기들, 누구보다 든든한 우리 3학년들, 우리 팀 막내들까지 진심으로 고맙고 많이 아낍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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