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적을 압도하는 시대… 사이버전자기 융합과 국방

입력 2026. 04. 09   15:40
업데이트 2026. 04. 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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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공습작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를 언급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방공망이 무력화돼 단 한 발의 미사일도 발사하지 못했고, 니콜라스 마두로가 체포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이것이 신무기인지, 기존의 사이버전과 전자전 등을 포함한 작전개념인지, 미국의 다영역작전을 모두 묶어 브랜드 이미지화한 것인지 그 실체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적의 의지와 능력이 완전히 무력화된 채 전투가 시작되는 전장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밀유도무기를 앞세워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젠 ‘비물리 영역’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관건(關鍵)적 시기다. 나아가 승패는 물리적 타격과 비물리적 타격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융합의 중심에 ‘사이버전자기 융합기술’이 있다. 이는 사이버 공격과 전자기적 교란을 하나로 통합해 아군의 피해 없이 적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적이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통신망이 마비되고, 레이다 화면은 기만신호로 뒤덮이며, 미사일 시스템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로 작동을 멈춘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폐쇄망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선신호를 매개로 악성코드를 침투시키는 기술 등이 물리적 접촉 없이도 적의 가장 깊숙한 심장부를 무력화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몇 가지 전훈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오차드작전’ 시 이스라엘은 ‘수테르(Suter)’라는 장비로 시리아 레이다망에 침투, 레이다 영상을 아군기로 인식하도록 조작하고 방공망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양측은 전자전을 통해 드론의 제어권을 탈취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기만해 오폭을 유도하는 등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군사강국은 물리적 타격에 비물리적 타격수단을 결합한 융합기술을 실전 운용하고 있으며 교리까지 확립했다. 우리 역시 세계적 수준의 정밀타격 능력과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사이버 기술과 전자기적 타격수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체계 분야에선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사이버전자기 융합으로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군은 두 가지를 중점 발전시켜야 한다.

첫째, ‘물리·비물리 영역의 통합교리와 개념 발전’이 필요하다. 현재 분리돼 운용되는 사이버전과 전자전, 기존의 타격체계를 하나의 유기적인 작전개념으로 묶어 낼 통합교리와 개념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민·관·군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전자기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군 내부 역량만으로는 혁신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민간의 우수한 인공지능(AI), 전자기, 사이버, 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하게 도입할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마련하고 산·학·연과 기업·군이 함께 개념을 정립하고 소요를 발굴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물리작전은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자 우리가 반드시 선점해야 할 영역이다. 사이버전자기 융합기술을 활용한 비물리 영역에서의 교리와 개념 정립, 과감한 투자로 우리 군이 ‘비물리 분야 초격차 국방역량’을 확보해 싸우지 않고도 적을 압도하는 강한 국방을 실현하길 기대한다.

양진호 해군중령 전략사령부 전략능력발전처
양진호 해군중령 전략사령부 전략능력발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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