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직의 사기를 결정하고, 때로는 구성원의 운명을 좌우하는 공적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대전환의 시기, 조직 압축 또는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한 리더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어떻게 말해야 ‘불편한 진심’을 ‘성장동력’으로 치환할 수 있을지 묻는 리더가 많아졌다. 이에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드리는 제안은 ‘진실과 책임 사이에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그것을 적절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 육군 부사관 전문지 ‘NCO 저널’(2026년 4월호)에서 흥미로운 고찰을 읽었다. 글은 리더가 상급자와 하급자, 심지어 자신에게까지 전략적으로 진실을 가공해 전달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진실 관리(Truth Management)’로 시작된다. ‘진실 관리’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기만이 아니라 부대 결속력과 사기,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실무적 도구로써 단기적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경고 역시 잊지 않는다. 비록 임무를 위한 선의의 말일지라도 이것이 반복되면 ‘윤리적 퇴색’이라는 위험한 비탈길에 들어서게 된다는 점이다. 리더가 거짓을 이야기하면 병사들도 거짓을 보고하게 되는 연쇄효과가 발생하며, 조직의 전략적 의사결정체계가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군 전문직의 고결함은 리더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생기는 게 아니라 진실과 거짓, 복종과 정직한 조언 사이의 그 ‘지저분하고 복잡한 인간적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책임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강조한다. 결국 모든 소통에서 평상시 ‘신뢰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조직에서 신뢰를 관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리더의 말을 살피는 일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공적 말하기는 그럴듯한 말 기술이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조직을 위해 고통스러운 진실과 마주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고뇌를 기꺼이 짊어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에게 진심이 뒷받침된 정직한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필요한 게 말하기의 완성도를 살피는 일이다. 아무리 필요한 조언이라도 감정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전달된다면 조언이 아니라 비난이나 항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리더가 자신의 불안이나 분노가 메시지를 압도하지 않도록 감정을 걸러 내야 하는 이유다. 또 ‘왜(Why)’ 이 조언이 필요한지,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 주는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의 시야를 넓히고 헌신을 끌어낼 수 있다.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목소리, 속도, 억양, 자세, 눈빛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에 상대를 생각하는 태도가 더욱 잘 드러난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코치로서 경계하는 일 중 하나가 말이 본질을 가리는 데 쓰일 때다. ‘신뢰’보다 ‘권력’에 의존해 그럴듯한 말로 상대를 기만하는 경우 편의성·합리성에 의존한 ‘작은 타협’이 중대한 윤리적 결함으로 번지는 일에 리더의 화려한 ‘말솜씨’가 작동하는 게 바로 그런 때다.
반대로 말하기의 형식적 완성도를 미처 살피지 못해 진심을 다한 정직한 조언이 빛을 잃을 때 역시 무척 안타깝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직함과 그 진실을 담아내는 품격 있는 형식, 이 두 가지가 만날 때 리더의 언어는 비로소 조직을 살리는 생명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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