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오르는 순간…비움도 채움도 함께 달렸다

입력 2026. 04. 08   16:46
업데이트 2026. 04. 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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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 입은 러너 1만1450㎞ 마음 수행기 
불교 수행법과 다르지 않은 본질 알려줘
몸으로 터득한 덜어냄의 진리 곱씹을 만

취업난 속 달리기로 작은 성공 기쁨 찾아
입사시험에서 러닝앱 보이며 끈기 증명
해외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도 매력적

 

스님의 달리기 / 지찬 지음 / 유노북스 펴냄
스님의 달리기 / 지찬 지음 / 유노북스 펴냄

 

난생처음 러닝 / 심석용 지음 / 티라미수 더북 펴냄
난생처음 러닝 / 심석용 지음 / 티라미수 더북 펴냄



‘러닝’이 핫한 스포츠라는 건 신간 목록에서도 느낄 수 있다. 러닝 관련 신간이 꾸준히 출간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러닝 효과’나 ‘뛰는 법’에 초점을 맞춘 신간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또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러닝으로 변화하는 ‘마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잇따라 출간되는 것. 『스님의 달리기』와 『난생처음 러닝』이 대표적이다. 몸과 함께 마음까지 나아지는 방법에 관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에 러너여도, 러너가 아니어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승복 입은 러너의 11,450킬로미터 마음 수행기’라는 부제를 단 『스님의 달리기』는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온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스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모습이라니. 저자인 지찬 스님은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뛰어가다가 무거워진 몸을 여실히 느끼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 점점 달리기에 빠져들면서 울트라마라톤대회 출전에 1만1450㎞ 달리기 기록까지 남기게 된다. 스님은 좌선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의 마음 수행과 달리기의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부처님이 창안했다고 알려진 ‘수식법(호흡의 출입을 알아차리는 수행)’과 달리기에서 필요한 호흡법이 매우 닮았다고 한다.

경험이 쌓여 갈수록 호흡을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것이 달리기의 기본임을 깨닫게 된 스님은 “달리기는 움직이는 좌선이고, 좌선은 멈춘 달리기와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스님은 달리기가 불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덜어 냄’의 진리도 가르쳐 줬다고 고백한다. 마음이 앞서가면 오히려 몸이 다칠 수 있는 반면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몸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꼭 달리기를 하지 않더라도 의욕이 앞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이들이라면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스님이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대회 완주와 기록에 매달리고 마라톤 참가 신청 때 떨어져 크게 낙담하는 일상을 보면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그렇게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다시 수행자의 자세로 돌아와 ‘붙잡는 순간 흔들린다’는 진리를 몸으로 다시 배운다는 것. 스님이 ‘관념’만이 아니라 ‘몸’으로 터득한 가르침을 기록한 책은 달리기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곱씹을 만한 구절이 적지 않다.

스님이 아닌 평범한 브랜드 디자이너의 러닝에 대한 생각을 담은 『난생처음 러닝』은 러닝과 마음의 이야기를 좀 더 현실적으로 전해 준다. 전공을 바꿔 유학을 준비하느라 모든 게 불확실해 몸과 마음이 탈진 직전이던 시절, 하루하루 거리를 정해 달리면서 거둔 작은 성공의 성취감 덕분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고백은 힘든 도전의 길 위에서 자존감이 떨어져 가는 이들이 귀담아들을 만하다.

러닝 덕분에 직장생활 무경험자가 경력직 취업에 성공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유학에서 돌아와 29세에 취준생이 된 저자는 원하는 회사 모두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상황에 좌절하다가 4년 차 대리를 뽑는 YG엔터테인먼트의 입사시험에 무작정 지원한다. “신입으로 4개월만 지켜봐 주신다면 4년 차만큼 역량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호언장담으로 어찌어찌 대표 면접까지 가게 됐지만, 대표는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가 당신을 뽑아야 하느냐”고. 그때 ‘한다면 한다’는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싶었던 저자는 러닝앱을 꺼내 자신의 끈기, 근성을 증명해 보였다. 결과는? 합격!

이런 흥미로운 후일담과 함께 유학 시절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해외에서 러닝을 즐기며 그 나라를 온전히 느끼고 현지인과 사귄 에피소드를 읽노라면 어느새 밖으로 뛰쳐나가 달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때마침 바깥은 봄! 참으로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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