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제국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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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뒤흔들었던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어떻게 생겨났고, 결국 어떤 한계에 부딪혔는지를 하나의 역사적 궤적으로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신간 『붉은 제국의 그림자』는 공산주의의 여정을 ‘이론-혁명-국가-전환-현재’라는 입체적인 단계로 재구성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적 태동부터 레닌의 10월 혁명, 스탈린의 공포정치와 계획경제를 거쳐 중국·베트남·북한·쿠바로 이어진 ‘붉은 국가’들의 형성사를 치밀하게 따라간다.
단순히 과거 기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념이 어떻게 제도가 되고 권력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계획경제의 한계와 당·국가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에서 설명한다. 국방부, 대통령비서실을 비롯해 러시아·미국·브라질·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및 토론토·샌프란시스코·뉴욕 총영사관 등에서 근무한 저자의 외교·행정 경험이 더해지며, 현실정치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메커니즘이 현실감 있게 드러난다.
주목할 점은 20세기 정치실험의 실패를 성찰하는 데서 나아가 현재 문제의식으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과거 제국의 영광에 매달리는 지도자들의 향수와 제도화된 통치술은 여전히 관성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라는 현대 기술이 결합하며, 국민의 순응을 정교하게 유도하는 ‘디지털 전체주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공산주의를 단순한 이분법적 찬반을 넘어 자유와 평등, 개인과 집단, 국가와 시민사회라는 인류의 오래된 숙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붉은 제국의 흥망성쇠와 그 그림자를 돌아보는 과정은 21세기 국가 정체성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우리의 내일을 설계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찰이다. 체제와 국가의 본질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현재의 국제정세를 읽어 내는 사유의 틀을 제공할 것이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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