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9세, 군인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실천

입력 2026. 04. 08   15:20
업데이트 2026. 04. 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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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 40세를 앞두고 어딘가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과연 어디로, 무엇을 위해 서둘렀을까? 만 39세가 지나기 전 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해 군인의 사명을 실천하고 싶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5조는 국군의 사명을 이렇게 정의한다. “국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중략) 그 사명을 다함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이 문장을 가슴에 품고 매일 땀 흘리며 훈련한다.

그런데 거창한 장비나 훈련 없이도 이 법 조항 속 ‘국민의 생명 보호’를 몸으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이다. 군복 입은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이 의미 있는 경험을 전우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문이다. 과거엔 ‘골수 기증’으로 불리며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로 골수 채취 외에도 헌혈과 매우 유사한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성분 헌혈을 하듯이 팔 혈관을 통해 필요한 세포만 나누면 되므로 신체적 부담이 작고 회복도 매우 빠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우리 군인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만 18세 이상에서 만 39세까지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가까운 헌혈의 집이나 등록기관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하고 유전자 검사를 위한 3~5mL 정도 소량의 혈액만 채취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등록이 곧바로 기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타인 간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수천에서 수만분의 1에 불과해서다. 누군가는 등록 후 금방 연락을 받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평생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등록을 마친 뒤 아직 내 유전자와 꼭 맞는 환자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다림조차 설렌다. 수만분의 1이라는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누군가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의 사명은 훈련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작은 실천 속에서도 완성될 수 있다. 어쩌면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등록은 가장 건강하고 활기찬 시기를 보내는 지금의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권리일지 모른다.

이 시기가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언젠가 나의 이름이 호명돼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기적이 될 그날을 상상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의미 있는 기다림의 시간을 행복하게 만끽하며 보내고 있다.

당신에게도 이러한 행복을 느낄 기회가 오길 바라며 이번 휴가나 외출 때 잠시 시간을 내 헌혈의 집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강형욱 육군중령 합동군사대학교
강형욱 육군중령 합동군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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