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장편소설 ‘광장’ 초판본의 교훈과 의미

입력 2026. 04. 08   15:19
업데이트 2026. 04. 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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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월이다. 66년 전 젊은이들의 고귀한 희생과 피어린 함성으로 민주주의를 얻어 낸 4·19혁명이 있었던 달이다. 이맘때면 항상 펼쳐 보게 되는 책이 있다. 바로 『광장』 초판본이다. 평소엔 책장 깊숙한 곳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4월이 되면 광장 같은 우리 책방 전시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인훈(1934~2018)의 장편소설 『광장』은 잡지 ‘새벽’ 1960년 11월호에 실렸다가 1961년 2월 출판사 정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초판본은 가로 128㎜, 세로 186㎜ 크기에 양장 제책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세로쓰기로 조판된 본문은 전체 215쪽 분량으로 간기면 뒤에 신간 광고를 싣고 있다. 작품 발표 당시 작가의 나이는 28세,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몰락하고 제2공화국이 들어설 무렵이었다. 최인훈은 고등학생 때 겪었던 6·25전쟁과 그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훗날 우려의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봤다.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낸 작품이 『광장』이었다. 200쪽 남짓한 책 한 권에 담긴 이 작품이 훗날 우리 현대문학사에 미칠 어마어마한 파장을 작가는 예감했을까.

이 작품은 광복과 동시에 남북이 분단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조성된 좌우 이념의 분열을 주제로 삼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철학과에 다니는 대학생으로, 어떤 이념이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선택하기 위한 지적 모험을 결심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작품 속에서 그는 남과 북을 넘나들며 이념의 선택을 시도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허무주의에 빠진다. 결국 전쟁포로가 된 이명준은 자신이 이념을 수립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중립국으로서 제3세계를 선택하고, 마침내 인도로 향하는 ‘타골호’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그는 광장처럼 펼쳐져 있는 바다에 몸을 던진다.

최인훈의 『광장』은 단지 남북의 이념 대립에 대한 고발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밀실만 있고 광장은 없는” 남한과 “광장은 있지만 밀실은 없는” 북한 사이에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인지에 관한 질문이었다고 할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우리는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 나온다”고 쓴 작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광장』은 작가 최인훈에게 ‘대한민국 전후(戰後) 최고·최대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1996년 100쇄를 돌파한 『광장』은 수십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도 전국 서점에 여러 판본이 공존하면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2018년 7월 23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그는 지상에서의 고단했던 일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광장』 초판본의 가치는 문학적 의미를 넘어 문화유산으로 보존이 필요할 정도로 커졌다.

오늘날 인문학적 위기와 문해력 저하 등 사고력·창의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장병들에게도 독서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문무(文武)를 겸비한 군인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파수꾼이 되기 위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입시를 위한 독서가 아닌 상상력·창의력 함양을 통한 사고력 증진 차원에서 반드시 『광장』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재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참된 ‘광장’으로 가꾸기 위해선 나의 생각과 실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콘텐츠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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