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력, 조직을 움직이는 공간의 역할

입력 2026. 04. 08   15:20
업데이트 2026. 04. 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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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와 발전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 즉 공간의 힘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을 더 깊이 생각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공간은 말이 없지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은 분명히 바뀐다. 공간은 시간이 축적되는 곳이며,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참모부의 일상은 늘 촘촘하다. 보고서와 회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 공간에서 간부들은 본연의 임무를 위해 쉼 없이 움직인다. 잠깐의 여유가 생겨도 쉴 수 있는 공간은 늘 사무실 한편 같은 제한적인 곳이기에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업무 중간에 찾아오는 짧은 휴식도 업무의 연장처럼 느껴지지 않게 할 순 없을까.

그 질문의 답으로 우리 부대의 한 공간을 간부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로 만들기로 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군대 같지 않은 공간,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바깥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화려함이나 큰 예산보다 머무르고 싶어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조명은 부드럽게, 색감은 차분하게, 가구 배치는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업무공간’이라는 인식을 지우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여기에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도록 음향을 더해 도심 카페에 머무는 듯한 여유를 공간에 담고자 했다.

공간에 변화를 주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카페를 이용하는 장병들의 표정이었다. 처음 들어오는 간부들은 잠시 멈춰 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 공간은 부대 같지 않은데?”라는 말도 나왔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고, 대화 주제도 업무에서 벗어나 사람 이야기로 확장됐다. 잠깐의 휴식이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그 공간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 작은 변화는 공간력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공간을 가꾼다는 것은 사치를 부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라는 것. 잘 정돈된 공간은 마음을 정돈하고, 아늑한 공간은 다시 업무로 돌아갈 여유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완성된 북카페의 공간 자체도 의미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아이디어 제공부터 소품 배치, 인테리어 설치 등 작은 참여가 모여 하나의 공간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단결심·유대감이었다.

카페 하나가 부대의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리로 돌아가는 간부들의 뒷모습을 보며 확신하게 됐다. 사람을 생각한 공간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높아진 효율은 곧 전투력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힘은 혁신을 만드는 수단이다.

조윤주 군무주무관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조윤주 군무주무관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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