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군에선 더 많은 정보, 더 빠른 판단, 더 정확한 지식이 전투력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진짜 차이를 만드는 지점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가’에 관한 문제다.
후배 중 내가 쓴 칼럼을 보내면 반드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다시 보내 오는 이가 있다. 공군에서 장군으로 복무하며 조직 내외에서 인정받는 그는 단순히 글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이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점검한다. 이 과정 자체를 훈련처럼 반복한다.
그는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의미 생산자’로 진화했다. 대부분은 무엇을 읽었는지, 어떤 정보를 접했는지를 기억하는 데 멈춘다. 하지만 실제로 성장하는 사람은 그 정보가 자신의 사고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새롭게 쌓았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본다.
이 차이는 군 조직에서 더 결정적이다. 전장은 정보가 넘쳐 나는 공간이다. 정찰, 감시, 통신을 통해 끊임없이 데이터가 유입되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다. 그것을 해석하고 자신의 판단체계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같은 보고를 받아도 누구는 상황을 읽어 내고, 누구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 이 차이가 곧 지휘관의 수준을 결정한다.
역사를 돌아봐도 뛰어난 지휘관들은 공통적으로 ‘듣는 능력’과 ‘해석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현장의 작은 신호를 단순한 정보로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의미로 재구성해 전략으로 연결했다. 반대로 실패한 지휘관들은 정보를 듣고도 그것을 자신의 판단체계로 바꿔 내지 못했다. 정보는 있었지만 통찰은 없었던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학습의 본질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지식을 전달받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진짜 학습은 전달받은 지식을 ‘내 안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읽고 듣고 보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다음 단계인 ‘정리하고 질문하며 다시 표현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자산이 된다.
앞서 언급한 후배의 습관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그는 읽은 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기준으로 전환된다. 이것이 바로 성장의 구조다.
군에서의 교육훈련 역시 이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고받는 훈련이 아니라 보고를 해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결국 경쟁력은 ‘입력’이 아니라 ‘전환’에서 나온다. 무엇을 봤는가 보다 그것에 의해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중요하다. 무엇을 들었는가 보다 그것이 어떤 판단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 전환의 과정은 의식적인 훈련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일수록, 전장 양상이 복잡해질수록 이 능력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읽고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 읽고 바꾸는 사람이 조직을 바꾼다. 듣고 잊는 사람이 아니라 듣고 축적하는 사람이 전장을 변화시킨다.
성장은 특별한 재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접한 것을 끝까지 붙들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집요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차이가 결국 조직 수준을,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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