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혼자 싸우는 시대의 종말 - 유·무인 복합체계와 충성스러운 윙맨
유인 전투기 1대에 무인기 여럿 ‘한 팀’
인간은 후방 지휘…전방 위험은 기계가
활주로 없이 트럭 발사 드론 등장 주목
모듈식 교체 방식으로 변형도 자유로워
가격은 유인 전투기의 5~10%에 불과
통신 두절 땐 A I 가 공격권 가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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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중전의 경제학은 잔인할 정도로 비대칭적이다. 미 공군이 자랑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라이트닝 II의 대당 가격은 약 1000억 원을 웃돈다. 그러나 이 비싼 기체보다 더 귀중한 자산은 조종석에 앉은 파일럿이다. 숙련된 전투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최소 10년의 시간과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반면 이들을 노리는 위협은 날로 저렴해지고 정교해졌다. 러시아의 S-400이나 중국의 HQ-9 같은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아군기를 조준한다. 그리고 수천만 원짜리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수천억 원짜리 전투기를 위협한다. ‘위험은 높고 자산은 귀한’ 이 모순적인 전장 환경에서 파일럿이 직접 적진 깊숙이 들어가 방공망을 제압하는 것은 전술적 자살행위나 다름없어지고 있다. 이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게임 체인저가 바로 ‘유·무인 복합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다. 인간이 후방에서 지휘하고 기계가 전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다.
이 개념의 핵심은 흔히 ‘충성스러운 윙맨(Loyal Wingman)’으로 표현된다. 과거의 무인기는 지상 통제소에서 사람이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는 수동적인 비행체였다. 반면 윙맨 드론은 유인 전투기의 통제를 받으며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기동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유인 전투기 조종사가 “전방 50㎞ 지역 정찰”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편대를 이룬 무인기 3~4대가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간다. 이들은 적의 레이다를 자극해 위치를 노출시키는 미끼(Decoy)가 되거나 탑재된 센서로 적의 위치를 파악해 유인기에게 전송한다. 더 나아가 적기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고 적의 미사일이 날아올 때는 유인기를 대신해 몸을 던져 산화하기도 한다. 프랭크 켄들 전 미 공군장관이 “미래의 공중전은 유인기 1대와 무인기 5대가 한 팀이 돼 싸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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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미 보잉의 ‘MQ-28 고스트 배트(Ghost Bat)’나 크라토스의 ‘XQ-58A 발키리(Valkyrie)’ 같은 기체들은 시험 비행을 마쳤다. 특히 호주 공군과 보잉이 공동 개발한 MQ-28 고스트 배트는 기수(Nose cone) 부분을 모듈식으로 교체할 수 있어 임무에 따라 정찰기·전자전기·공격기로 자유롭게 변신하는 유연성을 자랑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기술적 진보는 ‘활주로가 필요 없는 드론’의 등장이다. 크라토스의 XQ-58A 발키리는 일반적인 전투기와 달리 활주로에서 이륙하지 않아도 된다. 트럭에 실린 발사대에서 로켓 부스터를 이용해 솟아오르고 임무를 마치면 낙하산을 펼쳐 회수된다.
이것이 현대전에서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개전 초기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아군의 공군 기지 활주로가 파괴되더라도 숲속이나 터널에 숨겨둔 트럭에서 수십 대의 무인기를 즉시 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적에게 ‘어디를 타격해야 공군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유인 전투기는 잘 닦인 활주로가 필수지만 무인 윙맨은 컨테이너 박스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출격해 적을 기습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처럼 MUM-T는 단순히 비행기 대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공군 기지의 취약성이라는 전략적 약점까지 보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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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M-T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 효과와 생존성이다. 무인 윙맨의 가격은 유인 전투기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인 수십억 원대에 불과하다. 격추돼도 아군의 인명 피해가 없고 경제적 타격이 적어 적 방공망 제압(SEAD) 같은 고위험 임무에 과감히 투입할 수 있다. 소수의 유인기로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함으로써 적에게는 대규모 편대가 공격해 오는 것과 같은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도 구현한다. 과거에는 레이다가 거대한 폭격기 한 대만 추적하면 됐지만 이제는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오는 수십 대의 작은 드론들을 동시에 감시하고 요격해야 한다. 적의 방어 체계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 붕괴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가장 큰 난관은 ‘통신’과 ‘윤리’다. 적의 강력한 재밍(전파 방해) 환경에서도 유인기와 무인기 간 대용량 데이터 링크가 끊기지 않아야만 팀워크가 가능하다. ‘통신이 두절됐을 때 AI가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하고 공격할 수 있게 할 것인가’란 교전 수칙(ROE)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한민국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와 연동할 국산 스텔스 무인전투기(UCA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개한 ‘가오리-X’ 형상의 무인기는 꼬리 날개가 없는 전익기 형태로 레이다 반사 면적을 최소화한 스텔스 설계를 갖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대 중반까지 KF-21 1대가 무인기 3~4대를 거느리고 작전하는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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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뿐만 아니다. 육군 역시 ‘아미 타이거(Army TIGER) 4.0 전투체계’를 통해 K2 전차와 무인 수색차량, 드론봇이 협동하는 지상형 MUM-T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소형무장헬기(LAH)는 국산 자폭 드론(캐니스터 발사형)을 탑재하고 발사하는 유·무인 연동 시험에 성공했다.
미래의 ‘에이스 파일럿’은 더 이상 ‘뛰어난 비행 실력’만으로 정의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하늘의 지휘관으로서 AI 윙맨들에게 최적의 임무를 부여하고, 수집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승리의 방정식을 설계하는 전술가여야 한다. 인구절벽으로 병력 감소가 가속화하는 우리에게 기계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자적인 전투기 플랫폼을 보유한 우리는 MUM-T 통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 개발을 넘어 AI와 인간이 어떻게 소통하고 역할을 분담할지에 대한 정교한 교리 개발이다. 가장 위험한 곳에는 기계가 먼저 가고, 인간은 더 높은 곳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것, 그것이 우리 군이 나아갈 미래다.
다음 회에서는 헬고란트의 새벽에서 온 방패, 해킹 불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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