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SNS 기업 메타를 상대로 판결이 잇따라 나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뉴멕시코주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메타에 약 5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메타와 구글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약 90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 판결이 주목받는 것은 금액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SNS 기업들은 “우리는 단지 플랫폼일 뿐”이라는 논리로 책임을 피해 왔다.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도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배심원단의 판단은 달랐다. 게시물 내용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알림 기능 등이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인정됐다. 기업이 이러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개선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인정됐다.
이런 흐름은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제기한 수천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교까지 소송에 나섰다. 학교들은 SNS 중독으로 학생들의 집중력이 저하되고 우울증과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손해와 교육비용이 늘었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담배소송과 유사한 흐름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SNS 기업의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했다며 하루 1억 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했다. 메타는 유럽연합(EU)에서도 개인정보 보호규정 위반으로 수천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및 청소년 보호를 중심으로 SNS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메타는 SNS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강화와 판결의 배경에는 SNS의 폐해를 지적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세계 각지의 연구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 증가와 우울증, 불안감, 자살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지적되고 있다. 외모 비교, 사이버 괴롭힘, 수면 부족 등의 문제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진다. 일부 연구에선 청소년 자살 증가와 스마트폰·SNS 확산시기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벌금 부과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까.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실효성 있는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메타가 소비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부과된 제재는 시정명령과 600만 원의 과태료에 그쳤다. 손해배상소송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책임을 강하게 묻기 어렵다. 집단소송 제도 또한 미국에 비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SNS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벌금 부과, 규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방법은 이미 제시돼 있다. 이들을 우리 법제에 맞게 선택하고 보완하기만 하면 된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단순히 장소 제공자라는 논리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청소년 보호와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미래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이상 방관할 순 없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