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일, 나는 평가 강의를 비롯한 교관심사를 통과하고 교관으로 임명됐다. 겉으로 보면 익숙한 역할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나에게 이 자리는 네 번째 출발이다. 병, 부사관, 장교로의 출발, 그리고 군무원으로의 출발. 과거와 달리 이제는 무엇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역할이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근본이즘’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변화가 너무 빠른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기본과 본질을 다시 찾는다는 뜻이다. 새로운 것을 좇기보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붙잡으려는 움직임이다.
이 단어를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군 생활을 떠올렸다. 강산이 세 번 변한 30년 동안 군은 많이 달라졌다. 제도도, 문화도, 환경도 변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녀야 했던 태도인 ‘군인다움’이다.
나는 이것을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체성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직급이 바뀌어도, 역할이 달라져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조용히 붙잡아 주는 기준이다. 흔들리는 순간에 다시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다.
교관이라는 글자를 떠올리면 나는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이 생각난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대신 운전해주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다시 방향을 안내해 줄 뿐이다.
교관도 그렇다.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선택의 책임을 대신 질 수도 없다. 다만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말해주는 존재다.
병이었을 때 나는 따르는 법을 배웠다. 부사관 시절에는 현장에서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 장교로서는 결정의 무게를 배웠고, 군무원으로 일하며 조직을 지켜가는 법을 배웠다.
신분은 달랐지만 그때마다 요구되는 태도는 같았다. 맡은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네 번째 출발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는 출발도 아니다. 오히려 30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시 기본을 이야기하는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출발을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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