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빛 발하는 예비군
단순한 훈련 대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나라 지킬 든든한 전사로 봐주길
필자는 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다. 당시 통신소대장으로서 실전적 훈련을 강조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국지도발이나 전면전 상황에서 지금의 소대원들이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제 전투 상황은 그 의구심을 단번에 지워냈다. 소대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높은 전투력과 순발력을 보여줬다. 그들의 침착한 행동과 강한 전우애는 필자에게 깊은 감동을 줬고, 평소 이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던 기억이 있다.
2019년부터 예비군 지휘관 임무를 수행해 온 필자는 2023년 가을, 목진지 교관 임무 중 예비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을 맞았다. 평가장소는 훈련장 가장 높은 지점에 있었고, 예비군은 150개가 넘는 돌계단을 올라야 했다. 많은 인원이 힘들어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으며, 표정 역시 밝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날씨는 매우 건조해 작은 불씨에도 화재 위험이 컸다.
평가가 시작되자 연습용 수류탄과 클레이모어가 지급됐는데, 훈련 도중 수류탄 몇 발이 낙엽 위로 떨어지며 작은 불꽃이 터졌다. 곧바로 불씨가 바람을 타고 퍼졌고, 불길은 예상보다 빠르게 번졌다. 교관과 조교들이 급히 밟아가며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이대로라면 산불로 번져 인근 탄약고·유류고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때, 위쪽에서 ‘두두두’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평가를 기다리던 예비군이 불길을 향해 뛰어 내려오는 소리였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불씨가 번지는 지점으로 달려가 군화와 전투복으로 불을 덮고 끄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힘든 등반으로 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누구 하나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큰 피해 없이 상황을 완전히 수습할 수 있었고, 예비군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조용히 평가장으로 복귀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는 예비군의 잠재력과 위기대응 능력을 다시금 확신하게 됐다.
예비군은 종종 외형적인 모습이나 짧은 훈련 과정만으로 현역과 비교되며 평가받는다. ‘과연 유사시 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존재한다. 그러나 예비군은 현역복무를 마친 검증된 인력이다. 평소 드러나지 않는 예비군의 잠재력은 위기 상황에서 차분한 판단과 실질적 행동으로 나타나며,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국가적 역량이다.
예비군의 저력은 결국 ‘신뢰’에서 발휘된다. 예비군을 단순한 훈련 대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바라봐야 한다. 존중과 동기부여 속에서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낼 때 우리의 예비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지킬 든든한 전사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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