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적 위협 지우는 실전적 훈련 채우다

입력 2026. 04. 05   08:34
업데이트 2026. 04. 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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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기사 한미연합 WMD 대응훈련 
자욱한 연막탄 속 저항 뚫고
한미 완벽 공조로 WMD 위협 제거
병력 310명·장비 40여 대 
워게임 통해 작전의 빈틈 메워

자욱한 연막탄 연기 사이로 K21 보병전투장갑차의 엔진 굉음이 무겁게 울린다. 적의 대량살상무기(WMD)가 한반도 안보의 실존적 위협으로 부상한 가운데, 무건리훈련장에서는 이를 봉쇄하기 위한 한미 장병들의 대응체계가 실전처럼 가동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4박5일간의 강행군 속에서 실전과 훈련의 경계를 허물며 한반도 안보의 철벽을 쌓아 올렸다. 글=박성준/사진=조용학 기자

 

방독면과 보호의 등을 착용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 장병들이 대량살상무기(WMD) 의심시설에 침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방독면과 보호의 등을 착용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 장병들이 대량살상무기(WMD) 의심시설에 침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절차 숙달을 넘어 실전적 공방으로

“WMD 의심시설 포착. CWMD(대량살상무기대응) 작전 개시.”

적막을 깨고 급박한 무전이 타전됐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돌진대대를 중심으로 공병·화생방대대와 미 화생방부대가 함께 편성된 ‘한미연합 CWMD-태스크포스(TF)’가 적의 WMD 의심시설을 발견하면서 훈련은 시작했다.

첩보를 입수한 장병들은 즉각 시설 규모와 특성을 분석하며 진입 계획을 수립했다. 연합지휘소의 판단 아래 화력 지원이 결정되자, 대형을 유지하며 넓게 펼쳐진 K21 보병전투장갑차들이 일제히 적을 향해 진격했다. 먼저 적 세력을 고착시켰고, 곧이어 전술 차량이 이동했다. 작전지역으로 이동한 장병들은 연막탄과 수류탄을 터뜨리며 교전을 벌였다.


“엎드려!” “1분대는 따라 올라와!”

사방에서 들리는 공포탄 소리와 매캐한 연기 속에서 지휘관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평화롭던 산기슭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전장으로 변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성과 함께 장병들은 낮은 포복으로 거친 지면을 훑으며 전진했다. 실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마일즈 장비는 가차 없이 장병들의 생사를 갈랐다.

“좌측 팔 경상!” “사망! 헬멧 벗고 내려와”

평가관의 냉정한 통제가 이어졌다. 사망 판정을 받은 장병이 허탈한 표정으로 헬멧을 벗고 전선에서 이탈하자, 남은 장병들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전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화력을 집중했지만, 은폐한 적의 저항은 예상보다 완강했다. 훈련은 단순한 절차 숙달을 넘어 생존을 건 실전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었다.

특히 4층 건물에 숨어 있던 적이 완강히 저항하며 우리 사상자가 속출하자 작전은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건물 복도마다 울려 퍼지는 굉음 속에 대열이 흔들릴 법한 상황이었지만, 장병들은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엄폐를 유지하며 인접 부대에 상황을 전파했다.

무전기 너머로 상황을 접수한 인근 제대들이 즉각 반응했다. 시설 우측 야산 고지를 선점하며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던 장병들이 거침없이 산에서 내려와 건물 외곽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방탄 방패와 방호복을 착용한 공병대대 장병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통로에 설치된 장애물을 제거하며 진입로를 확보했다. 비로소 우리 장병들은 건물 전 층을 장악하며 격전 끝에 목표를 점령할 수 있었다.

 

한미 장병들이 적 WMD 시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미 장병들이 적 WMD 시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미군 장병이 생화학물질을 탐지하는 모습.
미군 장병이 생화학물질을 탐지하는 모습.

 

적 WMD 시설 인근에서 제독 중인 한미 장병들.
적 WMD 시설 인근에서 제독 중인 한미 장병들.



공통의 목표 아래 완벽한 ‘원팀’ 

핵심 작전은 이제부터였다. 당초 식별된 적 WMD 의심시설에 침투해야 했다. 장병들은 임무형보호태세(MOPP) 4단계가 적용돼 방독면을 비롯해 보호의, 보호 장갑, 전투화 덮개 등 개인 보호장구를 착용했다. 임무형보호태세는 화생방 작용제가 사용되는 작전에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취하는 보호 방법이다. 고무 냄새와 거친 숨소리가 방독면 안을 채웠다. 다시 한번 터진 연막탄을 신호로 장병들이 문을 박차고 진입했다.

시설 내부로 들어서자 증폭된 총성이 고막을 때렸다. 방독면 탓에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장병들은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구호와 절제된 수신호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컴퓨터와 각종 연구장비가 어지럽게 널린 연구실을 차례로 수색하며 잔적을 소탕하고 연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곧이어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화생방부대원들이 투입됐다.

미군들의 움직임은 정교했다. 이들은 바닥에 파란 천막을 깔고 오염 확산 방지를 위한 흰색 비닐 벽을 설치했다. 한쪽에서는 한미 장병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설 내부 설계도를 보며 경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미군은 생화학 무기를 탐지하는 정밀 장비를 들고 공간 구석구석을 측정했고, 다른 요원은 증거로 활용될 시설 내부를 카메라로 기록하며 체크리스트를 채워 나갔다. 언어는 달랐지만, ‘위협 제거’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움직이는 그들은 완벽한 ‘원팀’이었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보여주기 식 훈련이 아니었다. 수기사 돌진대대·공병대대·화생방대대와 미군 전력 등 약 310명의 병력, 그리고 K21 보병전투장갑차, K277 전투지휘장갑차, K216A1 화생방정찰차, K10 제독차 등 기동·화생방·공병 장비 40여 대가 투입된 실전적 검증의 장이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주간 작전에 그치지 않고 야간에도 상호 전술 토의와 사후 검토를 실시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기회였다. 한미 장병들은 서로의 장비를 공유하고 워게임을 통해 작전의 빈틈을 메웠다. 

훈련에 참가한 돌진대대 이건우 중사는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소대원들과 함께 항상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전투력을 유지했다”며 “그 결과를 이번 훈련에서 보여주게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돌진대대 조정제(대위) 중대장도 “한미 장병이 한 팀이 되어 상호 신뢰와 팀워크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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