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인기는 감시·정찰을 수행하는 보조 전력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전력으로 전장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인기 논의는 체공 시간, 센서 성능, 타격 정확도 등 물리적 성능에 집중됐다. 반면 전장에 형성되는 비가시적 효과, 특히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
레바논 남부 전선에서 관측되는 무인기 운용 양상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 필요성을 보여준다. 제공권이 장악된 환경에서 상시적으로 운용되는 무인기 소음은 제거해야 할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 기계음 자체가 지속적인 심리 압박을 가하는 비물리적 전력으로 기능한다. 소리는 단순한 감각 자극을 넘어 ‘언제든 타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각인시키며 적의 행동을 제약한다.
이 현상은 ‘청각적 판옵티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판옵티콘은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개념으로 감시자가 보이지 않더라도 감시받고 있다는 인식만으로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게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전통적 판옵티콘이 시각적 감시에 기반했다면, 무인기 소음은 이를 청각 차원으로 확장한다. 기체는 보이지 않지만 지속해서 들려오는 소음은 감시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실제 타격 여부와 무관하게 이동·집결·통신을 위축시킨다. 물리적 충돌 이전에 적의 의사결정과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인지적 통제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이러한 효과는 심리적 마모의 형태로 나타난다. 반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소음은 긴장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게 하며, 오경보와 판단 피로를 누적시킨다. 필자 역시 일상적 차량 소음을 드론으로 오인해 즉각 하늘을 확인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흥미로운 점은 악기상으로 무인기가 운용되지 못하는 날 상대적 안도감이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인기 체공 시간이 ‘통제된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군에 세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음향 존재를 전술적 변수로 재인식해야 한다. 타격이 아닌 전장 통제 수단으로서 지속적 음향 운용 개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음향 기만을 통해 적의 위협 인식을 혼란시키고 대응 자산을 소모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장병들의 음향 회복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 적의 심리적 압박에 노출되더라도 냉정한 판단을 유지하도록 교리와 훈련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무인기 소음은 더는 배경 잡음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와 행동을 통제하는 심리적 전력이다. 소리를 지배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