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미 연대 아닌 공통 이익 추구 동반자 관계 유지

입력 2026. 04. 03   15:00
업데이트 2026. 04. 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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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2026년 주변 4개국 관계의 동향과 전망 - 중·러 관계

미국의 베네수엘라·이란 공격 ‘변곡점’
중·러 나란히 美 견제 중남미 거점 상실
러, 중동전쟁 덕에 에너지 지위 급상승
중국과 경제적 비대칭성 일부 완화 수혜
中, 美 전략 과부하 틈타 영향력 넓힐 듯
러, 종전 목표 우크라에 총공세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2026년 초 국제 정세는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월 벽두부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데 이어 2월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수뇌부를 폭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과 수개월 사이 세 개의 대형 충돌이 동시에 벌어지는 전례 없는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항할 수 있는 상징적·실질적 거점이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중·러 두 나라에 서로 다른 결의 충격을 던졌다. 그동안 러시아는 군사 협력과 정치적 지지로 마두로 정권을 지탱해 왔다. 중국은 2025년 12월 발간된 ‘제3차 중국의 대중남미 정책 문건’에 명시된 바와 같이 기존 에너지와 통신 분야 중심의 협력에서 디지털·녹색경제·안보협력 등으로의 확장을 도모하며 대(對)남미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는 정치적 파트너를 잃었고, 중국은 이에 더해 10년 이상 공들여온 남미 전략 거점의 붕괴라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은 수십 년간 막대한 자금을 융자하고 원유로 상환받는 방식으로 관여도를 높여왔기에 그 손실은 더욱 컸다.

이란 사태 역시 중·러 각자의 전략적 맥락에 따른 반응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외교’가 유지됐지만 2월 하메네이 피살로 세계질서 차원의 위기가 확산됐다. 러시아는 정보 제공 수준의 간접 개입은 유지하면서 전면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자원 분산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더 주요하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란의 위기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단가 개선과 전략적 지위 제고라는 반사이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러시아 해군 함정이 지난 2월 18일 이란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항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해군 함정이 지난 2월 18일 이란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항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중국은 확전을 만류하면서도 이 상황을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한다. 중국 내부에서는 현재 크게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미국이 유럽, 남미, 중동이라는 세 대륙에 걸친 전선에서 동시에 전력을 소모하는 이 국면을 미국의 쇠락을 촉진할 ‘전략적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반면 중동 전역에 걸친 대규모 파괴가 결국 러시아와 미국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극단적인 안보 진영화를 초래해 중국의 장기적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 장기화에 대한 간접 지원과 조기 종식을 위한 협력 역량을 동시에 피력하며 미·중 관계의 지렛대를 극대화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연쇄·동시적 사태는 중·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 수행, 중동 영향력 관리, 대북 반대급부 이행이라는 ‘삼중 부담’에 직면해 자산 배분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비록 중동 에너지 위기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단가 차원의 협상력이 강화됐지만 이는 중·러 양자 간 구조적 역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중국의 12% 수준이며 대중국 경제적 비대칭성은 서방의 대러 제재가 지속되는 한 해소되기 어렵다. 

일각에서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본래 군사 동맹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위기가 기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6년의 복합 위기 속에서 드러난 중·러 관계는 단순한 ‘반미 연대’나 ‘허울뿐인 연대’가 아니다. 이들 관계의 변화는 공통의 이익이 중첩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각자의 반사이익과 손실의 차이 및 이에 따른 관여 수준의 차이, 양자 간 비대칭성의 일부 완화로 드러나고 있다.

향후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과부하와 분산을 틈타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은 39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와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매년 2조 달러를 추가로 빌려야만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전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디리스킹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추가 매입할 동기도 없다.

 

 

이란 해군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8일 연합훈련을 위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항에 도착한 러시아 해군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해군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8일 연합훈련을 위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항에 도착한 러시아 해군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6년 5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부채와 전비 지출로 인한 채권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협력 여부는 향후 국제 질서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에너지 지렛대를 강화하는 한편 대공망 등 미국의 지원이 중동으로 분산되는 틈을 타 러·우 전선에서의 총공세를 저울질하며 외교보다는 군사적 방식의 종결을 꾀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전략적 지위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에 북한은 냉전 종식 이후 동북아 미군 주둔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당화하는 구조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관리’함으로써 자국의 구조적 이익을 추구해 왔으며, 이런 패턴은 행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중동 전쟁은 미국에 전략적 분산을 야기하며 대북 압박 여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조절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통시적으로 볼 때 미국이 ‘전략적 동시성’으로 인해 역량이 분산된 상황은 중국이 미국과의 세력균형 차원에서 북한에 관여도를 높일 동기를 감소시킨다. 또한 상술한 러시아의 자원 배분 압박은 러시아의 대북 반대급부 제공이 북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러 관계는 우호적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결국 이 같은 상황은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던 북한의 비대칭성 완화 전략에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위협 제거’란 명분을 앞세워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독자적인 에너지 수출국을 무력화하며 전 세계 에너지 요충지 장악을 시도했다는 혐의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공격적 행보는 에너지와 비료 공급망 등의 심대한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대공황과 식량 위기(비료)를 초래할 것이며, 2008년 이후 부채로 연명해 온 미국의 금융을 위험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기존의 서구 중심질서는 근본적 재편의 변곡점에 와 있다. 유럽 경제는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중동)’를 포함한 아시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예외주의’를 노골화하며 국제법과 유엔 중심의 질서를 스스로 파기함에 따라 각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윈윈’ 시나리오를 도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우선 ‘상처 입은 짐승’과 같은 패권국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방어 기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냉혹한 현실주의와 제국주의의 귀환이 뒤섞인 국제 정세 속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불가역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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