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 날카롭게 적 방공망 피해 가는 ‘이란 최종병기’

입력 2026. 04. 01   16:10
업데이트 2026. 04. 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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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무기의 세계
이란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과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 작전이 대규모 타격을 감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21세기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란은 전력이 약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제4차 진실의 약속’이라는 명분 아래 보복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외견상 이번 전쟁의 패자는 이란이 명백해 보인다. 개전 초기부터 미·이스라엘 연합군의 공격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뇌부 수십 명이 사망했고, 수백 곳의 군사기지와 핵시설이 파괴됐다. 이란의 방공망 또한 무력화돼 연합군은 지금도 수백 개의 표적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의 남아 있는 미사일 전력이다. 이란은 발사 횟수를 줄이는 대신 매일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를 향해 끊임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물리적 피해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경제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는 이란이 끈질기게 버티는 기반이 되는 핵심 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Fattah)-1’과 ‘파타-2’를 살펴본다.

파타-2 미사일의 본체와 재진입체. 사진=themedialine
파타-2 미사일의 본체와 재진입체. 사진=themedialine

 

세 차례 기술혁신에 성공한 이란의 미사일
1980년대 시작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크게 세 차례의 기술혁신을 거쳤다. 첫 번째 혁신은 ‘고체연료로의 전환’이다. 과거 북한이 복제한 스커드 액체연료 미사일을 수입하던 이란은 2010년대 들어 거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 체계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오히려 이란이 북한에 고체연료 기술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받을 정도다. 이란은 고체연료 미사일의 짧은 발사 준비 시간을 활용해 미·이스라엘 공군기가 공습하기 전 빠르게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탈하는 ‘슛 앤 스쿠트(Shoot-and-Scoot)’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 

두 번째 혁신은 정확도와 치명성의 향상이다.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대신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와 중국의 베이두(Beidou) 위성항법 시스템을 도입해 정밀도를 높였고, 광범위한 지역을 제압할 수 있는 자탄(Submunitions)을 탑재해 위력을 극대화했다. 마지막 세 번째 기술혁신이 바로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1’의 개발이다.

이란 최초의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1
2023년 5월 처음 공개된 파타-1은 2022년 선보인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케이바르 셰칸(Kheibar Shekan)’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파타’는 페르시아어로 ‘정복자’라는 뜻으로,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명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독자 개발한 파타-1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란 탄도미사일 최초로 적용된 재진입체(RV·Reentry Vehicle) 기술이다. 미사일 발사 후 고체 로켓으로 가속해 대기권을 돌파한 뒤 재진입체가 분리돼 표적에 명중한다. 이 재진입체에는 두 쌍의 기동 날개가 있어 재진입 단계에서 궤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둘째는 구형(球形) 고체연료 추진체(Spherical Solid Rocket Sustainer Motor)다. 재진입체 내부에 장착된 이 소형 엔진은 상하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추력편향 노즐(TVC)을 갖추고 있어 날개와 함께 재진입체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고속 비행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파타-1은 최고 속도 마하 12, 종말 단계에서는 마하 2~5의 속도로 표적을 타격한다.

이러한 가변 궤도는 요격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낙하 예상 지역이 반경 수백 ㎞에 달해 광범위한 대피령이 필요하며, 요격 미사일의 발사 타이밍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파타-1은 대기권 진입 시 재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과 급강하하는 ‘피치다운(Pitch-down)’ 기동을 혼용하며 요격망을 흔든다.

전시된 파타-1 미사일. 사진=armyrecognition
전시된 파타-1 미사일. 사진=armyrecognition


미 NASA의 X-51 디자인을 모방한 파타-2
파타-1의 개량형인 파타-2는 2023년 11월 공개됐으며, 이란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진실의 약속-4’ 작전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파타-2의 특징은 원뿔형인 파타-1과 달리 미 항공우주국(NASA)의 극초음속 실험 비행체인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와 비슷한 형상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X-51A는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기술 실증기다. 파타-2는 이와 유사한 사각형 단면 동체와 양력을 발생시키는 핀, 조종날개를 결합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파타-1보다 높은 양항비(Lift-to-Drag Ratio)를 확보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며, 궤도 변경 범위와 속도 또한 크게 향상됐다.

다만 기술력의 한계로 스크램제트 엔진 대신 액체연료 로켓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파타-1보다 연소 시간과 출력이 길고 추력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파타-2는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12~30㎞ 고도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저고도 회피 기동을 수행하며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한다.

무적은 아니지만 대응책이 필요한 극초음속 미사일
이란은 파타 시리즈를 ‘무적의 미사일’이라 선전하지만 약점은 존재한다. 2024년 10월 발사 당시 파타-1의 원형공산오차(CEP)는 800~900m 수준으로 정밀도가 기대보다 낮았다. 또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궤도를 바꾸는 회피 기동 과정에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명중 직전의 속도는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오히려 느릴 수 있다. 즉, 기동성을 위해 속도를 희생한 셈이다. 

그럼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이 위협적인 이유는 낮은 비행 고도 때문이다. 지상 레이다로는 탐지가 늦고 탄착 지점 예측이 불가능해 효율적인 방어가 어렵다. 특정 지점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공습 공포에 떨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무적’은 아닐지라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강력한 비대칭 전력임은 분명하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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